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부국(富國)의 해법을 분업에서 찾았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고 경제학 연구를 시작한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을 주장했다.
무역 상대국의 생산능력이나 기술과 상관없이 자유무역은 두 나라 모두에게 이롭다. 각국은 비교우위산업에 주력하고 세계는 분업화돼야 한다. 분업과 비교우위론은 근대 이후 자유무역과 국가 간 분업의 기본 이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 정부가 최근 행한 경제보복 조치는 경제학의 태동 이후에 주류로서 자리잡은 이러한 기본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퇴행적 행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누리꾼들이 ‘기해왜란’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한ㆍ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은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 수가 급감하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격렬해지면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왜 갑자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감행했을까? 일본 정부는 표면상으로는 안보상의 이유를 들고 있다. 안보에 민감한 소재들이 북한을 비롯한 적성국가에 넘어갈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일제 강점기 징용자들의 배상 문제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징용한 일본 기업들에 대해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확정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면서 일본 정부는 삼권분립의 원칙 아래에 법원의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월부터는 일본에서 한국 내 해당 일본 기업의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루어질 경우 경제보복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의 수출규제는 바로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어떻게 대응 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한국 경제가 당장 무너질 것처럼 걱정하는데 일본의 경제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3분의 2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이번 규제가 세계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첨단 산업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려 세계 IT산업이 타격을 받게 되면 일본의 조치에 대한 부정적인 국제 여론이 들끓게 되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압력을 가하거나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없이 무조건 일본에 타협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비난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일본을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외교 문제에서는 국민 여론이 분열돼서는 안 되고 정치권에서도 생각은 다르더라도 여ㆍ야가 협력해 힘을 모아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부가 힘을 가지고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갈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의 위기를 경제독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당장의 어려움을 겪게 될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항구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 시의회에서도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면서 항의의 표시로 경제보복 조치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일본의 비상식적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냉철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바이다. 시의회는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소재ㆍ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더 이상 일본의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게 의왕시 관내의 소재ㆍ부품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윤미근 의왕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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