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로 방류, 담수율 15%↓
“지하수 안나와 요리 못해” 분통
공사 “이달말 보수 완료돼 통수”
“지하수가 안나와 화장실도 제대로 못쓰고 손님이 와도 맞지 못하고 있습니다. 호수라는 메리트로 여름 성수기를 준비했는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포천 산정호수 대체수원공 송수관 공사의 지연 및 부실로 지역 농민이 반발(본보 11일자 7면)하고 있는 가운데 산정호수 인근 식당들도 심각한 물 부족을 겪으며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준공이 수개월이나 늦어지면서 한국농어촌공사가 산정호수 물을 농업용수로 방류해 담수율이 떨어져 지하수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메말랐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휴가철을 앞두고 뜨거운 뙤약볕을 머금은 산정호수. 휴가철 손님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산하기만 한 호수는 주변에 흉물스러운 경계자국과 바닥의 흙까지 선명하게 드러낸 모습이었다. 일부 남아있는 호수 속 물은 그냥 들어가도 될 정도로 수심이 얕았다.
게다가 산정호수 담수율이 최근 15% 이하로 떨어지면서 지하수에 의존하던 인근 식당들은 물이 나오지 않아 일부 식당들이 운영 자체를 못 하는 곳이 다수였다.
A식당의 경우 최근 지하수가 잘 나오지 않으면서 화장실을 잠정적으로 폐쇄하고 꼭 필요한 경우 인근 식당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B식당은 물이 부족해서 요리와 설거지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점심시간에만 반짝 운영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손님이 찾아와도 주문을 받지 못하고 돌려보냈다.
이 곳 식당들은 수족관 물고기 때문에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데, 산정호수 담수율이 40% 이하로 떨어지면 일반 관정(30m 이하)을 뚫어도 물이 나오지 않아 막대한 돈을 들여 80여m 이상 뚫는 대공 공사를 해야 한다.
앞서 대체 수원공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농어촌공사는 지난 3월 말 준공 예정이던 공사가 지연되고, 통수시험 과정에서 송수관이 물이 새는 부실공사가 드러나면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긴급처방으로 산정호수 물을 방류했다.
결국, 산정호수의 담수율이 최근 15% 이하로 떨어지자 산정호수 인근 식당은 20여 곳 중 8곳 정도가 심각한 물 부족 현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강수량이 늘지 않고 통수가 더 늦어질 경우 피해 식당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농어촌공사측이 곧 통수되면 산정호수 담수율이 높아진다는 말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송수관 물이 새는 부실공사로 통수는 앞으로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란 말에 할 말을 잃었다”며 “오는 손님들도 돌려보내고 있으니 영업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포천ㆍ연천ㆍ가평지사 관계자는 “산정호수는 원래 농업용수이기 때문에 물을 방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보수공사가 이달 말이면 완료돼 통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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