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준의 잇무비] '진범', 의심을 숨긴 위험한 공조

영화 '진범' 포스터. 리틀빅픽쳐스
영화 '진범' 포스터. 리틀빅픽쳐스

감독: 고정욱

출연: 송새벽, 유선, 장혁진, 오민석 등

줄거리: 피해자의 남편 영훈(송새벽)과 용의자의 아내 다연(유선)이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서로를 향한 의심을 숨긴 채 그날 밤의 진실을 찾기 위한 공조를 그린 추적 스릴러.

피해자와 용의자 가족의 불편한 공조

명백한 증거로 인해 용의자 신분이 된 준성(오민석)과 그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는 아내 다연은 그들의 무죄를 입증해줄 단 한 명의 인물, 피해자의 남편 영훈에게 도움을 청한다. 서로의 집에 서슴없이 드나들 정도로 신뢰했던 영훈과 다연은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점차 커지는 의심을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에 뜻밖의 목격자 상민(장혁진)까지 등장하며 사건은 더욱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진범'은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네 사람의 상반된 주장과 그 속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서로 협력할 수 없는 관계인 피해자와 용의자의 가족이 각기 다른 목적과 의심을 품은 채 공조한다는 색다른 설정을 바탕으로 유려하고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그린다.

준비된 스릴러 감독의 장편 데뷔

단편 영화 '독개구리'로 제1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단편부문 관객상을 수상한 고정욱 감독은 평단과 관객들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준비된 스릴러 감독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런 그가 '진범'으로 장편 영화 데뷔를 앞두고 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누구보다 친밀했던 주변인들과의 믿음이 깨져버린 상황과 그 속에서 공조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상반된 심리에 추적 스릴러라는 장르를 덧입혀 극적 재미를 꾀했다. 여기에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치밀한 구성으로 긴장감을 자아냈고, 캐릭터들의 감정을 촘촘히 쌓아나가며 장르적 쾌감을 폭발시켰다.

꼼꼼한 준비 과정 거친 웰메이드 스릴러

'진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고정욱 감독은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사전 조사와 준비 과정을 거쳐야 했다. 부검 현장을 수 차례 직접 확인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의 실제 사건에 대한 소견을 통해 영화 속 설정과 이야기를 좀 더 사실적으로 구체화시켰고, 덕분에 '영훈'이 직접 사건 현장을 청소하는 장면도 탄생할 수 있었다. 캐릭터를 위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중범죄자들에 대한 논문도 일일이 찾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동기와 범행 방법,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파악했다. 또, 성별에 따른 살인범의 극명한 차이점을 통해 '진범' 속 진범에 대해 윤곽을 그려나갔다. 더 나아가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일 수 있고, 가해자가 또 다른 형태의 피해자로 전복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들여다보며 캐릭터 설정을 다듬어나갔다. 이러한 노력으로 다양한 각 캐릭터들을 입체감 있게 그려내는 데에 성공, 스토리의 풍성함뿐만 아니라 극적 긴장감까지 높게 끌어올렸다.

개봉: 7월 10일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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