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달이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다양한 가족 모임과 축하로 서민들의 지갑은 가벼워지지만 그래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 여행과 외출, 선물 등으로 감사함과 사랑을 표시한다.
사실 위에 언급한 날들이 일년에 하루만 소중하게 기념해야 할 날은 아니며 오히려 365일 늘 기억해야 할 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시키고 가르치신 부모님과 스승에 감사하며 기억하는 것은 한국적 미덕이라 생각한다.
스승의 날을 5월15일로 한 까닭은 한글을 창제해 만 백성 누구나가 자신의 뜻을 밝히고 서로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겨레의 스승이신 세종대왕의 어진 정신을 기념하는 데 있다.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신으로 백성들의 삶을 늘 살피신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은 지금도 많은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이 본받아야할 마땅한 자세라 생각한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의 은혜에 버금가는 스승의 가르침은 평생을 살아가며 큰 의지가 되고 지침이 되기에 우리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며 존경의 예를 표하였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권위는 예전만 못하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기엔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핵가족화, 사교육 시장의 성장, 출산율 하락 등으로 사회와 교육환경의 변화 속에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 또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세종대왕의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 스승과 지도자의 역할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세종대왕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개국한 지 얼마 안 된 조선의 기틀을 다진 왕이었다. 하지만 세종대왕은 이런 정책의 집행에 있어 본인의 의지를 군왕의 권위로 해결하기보다는 신하들과의 대화 그리고 설득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후에 집행하였다. 소통을 통한 설득과 화합은 오늘날에도 조직 상하 간은 물론이고 사제 간에도 필요하다.
다음은 배려와 인권에 대한 각성이다. 세종대왕은 세자도 아니었고, 왕위 계승 서열도 낮은 셋째 아드님이셨다. 그러나 별도의 왕세자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임금이 되셔서는 누구보다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을 이뤄내셨다. 이는 임금이 되시기 전 지금의 서촌지역에 사시며 수시로 백성들의 삶을 살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궁궐에만 머무는 세자가 아닌 백성들의 삶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었던 충녕대군 시절의 경험은 훗날 세종대왕에게 큰 경험과 산 공부가 되었다.
세종대왕의 인권의식은 오늘날에 비교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선진적인 사례였다. 노비라 할지라도 출산 휴가는 7일을 보장할 것을 지시해 산모의 인권을 보호해 주셨으며, 장애인이라도 실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했으니 앞 못 보는 맹인들로 구성된 관현맹인연주단을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이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고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관행과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정책을 통해 세종대왕은 문치의 기틀을 세우고 500년 조선왕조 최고의 문화융성을 이룰 수 있었다. 세종대왕의 이런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때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신하까지도 포용하는 모습에서 세종대왕의 도량을 느낄 수 있다.
경기도 여주에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를 모신 영릉(英陵)이 있다. 해마다 5월15일에는 문화재청 주최로 세종대왕 탄신 숭모제전이 열리고 있으며 올해는 세종대왕 탄신 622주년이라고 한다. 비록 평일이라 참관이나 방문이 힘들더라도 스승의 날을 전후로 세종대왕의 유적을 찾아 세종대왕의 애민의 정신과 업적 그리고 리더십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한덕택 남산골 한옥마을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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