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한달여 만에 1년 유통 목표 조기 달성
가맹점 5천여곳… 대부분 상점서 사용 가능
지난 2월 전국 최초 모바일 지역화폐 첫선
양주·대구 등 타 지자체 벤치마킹도 줄이어
시흥화폐 시루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지역화폐 모범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월 한 달간 판매된 시루는 총 33억4천만 시루로, 1차 발행분이 모두 소진됐다. 판매량만큼 만족도도 높다. 상인들은 지역 상권이 활성화 돼 좋고, 시민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시루가 뭐 길래?” 벤치마킹 잇달아...모범사례 ‘우뚝’
지난 2월19일 자치분권 우수 시 현장방문 차 시흥시를 방문한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를 대상으로 시흥시는 시루 설명회를 가졌다. 시루가 순항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시루 출시 이후 양주, 김포, 성남, 광양, 대구 등 열 곳이 넘는 지자체들이 시루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시흥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시루가 승승장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루는 탄생부터 사용자인 상인과 시민들과 함께 만들었다. 대부분 관 주도의 행정으로 실제 유통 원리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름도 시민들이 직접 만들었다. 시흥시(始興市)의 ‘시’와 묶을 ‘루(累)를 합쳐 ‘시흥을 묶는다’는 의미다. 좋은 일이 생기면 이웃에게 시루떡을 돌리듯이 시흥경제의 나눔과 소통의 도구가 되고자하는 마음도 담았다.
더불어 지역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통한 지역화폐 도입이라는 추진 방향을 잡고 2016년부터 2년 여간 시민과 함께 연구모임, 설명회, 시민설문조사, 열린 토론회, 지역화폐 학교 등의 사업을 민관네트워크를 통해 추진했다. 일방적인 행정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의 참여와 공동체성에 기반해 순차적으로 시흥화폐 시루를 도입한 것이다.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시흥시는 시루 홈페이지를 만들어 내 주위에 있는 시루 가맹점이 어디인지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소통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이 시루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이나 요구를 즉각 알 수 있도록 했다.
◇상인-시민 주체적 활약...만족도 쑥↑
지난해 시루 발행 한 달여 만에 한 해 유통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이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다. 시가 홍보를 본격화한 것이 2018년 2분기부터였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발행된 시루가 날개 돋친 듯 팔린 것이다.
이는 홍보가 상호 유기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가 인력을 동원해 일방향 홍보를 강행한 것이 아니라 사용처인 상인과 사용자인 시민이 모두 시루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나서 준 것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시루는 활용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쇼핑센터나 대형마트, 기업형슈퍼, 그리고 유흥주점, 사행성 업소 등을 제외하고는 시흥 내 대부분의 점포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는 가맹점 모집이 주요했는데 2월21일 현재 가맹점은 5천2개소에 이른다.
상인들과 시민 반응도 좋다. 김춘기 삼미시장 상인회장은 시루로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한다. 시루 준비과정에서부터 쭉 함께 해 왔다는 김 회장은 “시루가 시장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도입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확실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온누리 상품권보다 시루를 들고 오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삼미시장에서 시루로 물건을 구입하던 한 시민은 “지금 시장에서 시루로 결제했지만 꼭 시장에서만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시루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올해 고등학생이 된 딸이 시루를 알더라. 학교 주위에서 핫도그도 사먹을 수 있고 화장품도 살 수 있다며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그간 지역화폐가 제한적으로 활용된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시루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를 구축해 낸 셈이다.
◇모바일 시루 도입, 지역화폐 전기 마련
지난 2월21일 시흥시는 지역화폐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용 가능한 모바일 시루가 첫 선을 보인 것이다. 모바일 시루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소비자 구매·결제와 가맹점 환금이 가능한 전국 최초의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시흥시는 이번에 모바일 시흥화폐 시루(모바일시루)를 오픈하면서 지류와 모바일 지역화폐를 동시에 운영하게 됐다.
모바일시루는 소비자의 경우 스마트폰에 사용자 앱을 설치하고 계좌연결을 통해 시루를 구매한 후 가맹점에 비치된 QR키트에 스캔을 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가맹점은 가맹점 앱을 통해 결제와 입금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시루를 구매하고 환금하러 은행에 갈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위변조와 부정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사용 편의성과 안전성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지류를 구입하고 다시 환금하는 과정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거스름돈, 현금 영수증 발급 거부 등 민감한 지점이 존재하는 것도 고려됐다. 모든 것이 민관이 함께 가장 활용도 높은 지역화폐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였다.
모바일 시루 출시일에는 판매량이 1억8천만 원에 달했다. 현재 모바일 시루 가맹업체도 2천500곳을 넘어섰다. 시루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한 긍정적인 반향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면 가맹업체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흥=이성남기자
[인터뷰] 임병택 시흥시장
“지역화폐, 사용자가 주도해야 성공 가능”
-시흥화폐 시루의 성공을 예견했나.
시루를 처음 발행할 때가 지난해 9월17일이었는데, 당시 시범적으로 2018년 유통 목표를 20억을 잡았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소심하게 목표를 잡았다 싶었다.세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20억 정도 팔겠다고 했는데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모두 소진돼 버렸다.
-시루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은데.
이미 상당수의 시흥시민이 시루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시가 현수막이나 팸플릿으로 홍보하기도 했지만 시민 스스로가 카페나 동호회, 상인회 등 나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 덕이 컸다.
-모바일 시루의 도입 배경은.
특히 이번 모바일 시루는 사용자 편의를 중점적으로 생각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역화폐 특성상 꼭 70% 이상을 사용해야하고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해야 해 주는 점포도 있다. 모바일로 이런 불편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다. 요즘은 지갑이 아예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지역화폐라고 해서 이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는 거다.
-시루 성공의 일등공신은.
시흥화폐 시루가 성공적으로 출발하면서 성공 비결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다. 시루는 시민이 만들었다. 그리고 시민이 가꿔나가고 있다. 지역화폐는 결국, 그 화폐를 사용하는 시민이 주체가 돼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나도 시민에게 배웠다.
-앞으로 발전 방향은.
모바일 시루 출시를 기점으로 시루 유통이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시흥시는 사용자가 더 편하게 시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연구해 나갈 것이다.
시흥=이성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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