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5일 프랑스는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였다. 1345년 완공되어 2차 대전 전쟁 중에도 파괴된 적이 없는 성당이다.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첨탑이 꺾여버린 대성당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심정은 2008년 숭례문 화재 장면을 망연자실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불이 삽시간에 번진 이유는 고딕건축의 특성상 아치형 지붕 내부에 조성된 다량의 떡갈나무 목재 구조물 때문이라 한다. 다행히 중요한 스테인드글라스인 장미의 창이나 성 루이의 튜닉, 가시면류관 등 중요한 유물들은 안전하다니 천만다행이다. 초기 대응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성당 전체를 잃을 수 있었겠지만 재난에 대비한 철저한 매뉴얼을 가진 결과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노트르담 성당은 건립 이후 오늘 같은 모습으로 유지되어 온 것은 아니다. 16세기에는 건물이 우상 숭배적 형상들로 장식되어 있다는 이유로 위그노들에 의해 조각상이 파괴된 적도 있고, 프랑스 대혁명 기에는 서쪽 파사드에 조성되어 있는 구약시대의 왕들의 석조상들이 정치적 이유로 파손되기도 했다. 1991년부터 파리의 공기오염으로부터 변색된 건물의 외부와 내부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기 시작하였다. 보수는 총 1억 유로가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인데 이번 화재 역시 이 보수공사 중에 일어난 것이다. 이 보수작업의 특이한 점은 원형대로의 보존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발전된 공법이나 시스템을 활용하여 늘 새로운 기법으로 보수 관리해 가고 있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부러진 첨탑의 경우도 세계적 공모를 통해 신소재와 신공법으로 보수한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는 5년 이내 성당을 재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의 빠른 대처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보수를 위해 재벌 기업들의 기부 러시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구찌와 이브 생로랑 등 명품 패션 브랜드를 거느린 케링 그룹은 화재 하루 만에 1억유로(약 1천28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 역시 2억유로를, 정유사 토탈과 화장품 기업 로레알도 1억유로를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정치적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노랑조끼들의 경우 이러한 재벌들의 기부에 대해 빈곤층을 위한 기부는 외면한 기업 홍보와 효율적인 세액 공제의 수단이라 비판하고 있다.
사회전체가 참여하는 관심과 기부의 양태는 2008년 숭례문 화재 때의 우리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숭례문 재건에는 기업이 현금을 기부한 적은 없다. 모든 경비를 국고로 충당했고 일부 기부 기업들은 기와 제작 등 현물기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이는 문화유산의 관리가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며,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의해 기업의 기부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는 물론 미래의 문화유산이 될 미술관이나 박물관 소장품 구입예산은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국가가 모두 감당할 수 없다. 기업이나 자산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기부제도를 활성화하고, 문화기부에 따른 세제혜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법제화가 강구되어야 한다.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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