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 시대 청춘에 보내는 희망의 詩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신성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황선우 학생이에요. 먼저, 시인 윤동주에게 궁금한 것들을 여쭤보고 싶어요. 사실 저도 머릿속이 착잡하거나 마음이 편치 못할 때 혼자서 시를 끄적여보곤 했거든요. 물론 다 큰 어른이나, 윤동주 시인 같은 진짜 시를 써 내려가는 사람들에게는 제 모습이 그저 혼자 궁상떠는 것 그 이상으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저는 제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시를 쓰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었어요.

그래서 저는 선생님께 언제가 가장 시를 써 내려가기 좋은 때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 여쭤보고 싶은 것이 더 있어요. 선생님은 항상 일관적이셨습니다. 도쿄의 릿쿄 대학에서 조선인 신입생의 신분으로 감히 이지마 대좌의 말에 대꾸한 것, 취조실에서 온갖 조롱을 당하고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불의와 악의를 본다면 참지 아니하고 당당하게 선생님의 뜻을 펼쳐보았습니다. 유순해 보이는 선생님이 정색을 하고 나서면 그 누구도 아무 말 못 하였어요.

먼저 나서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이 잘못 되어가는 것을 끝까지 그대로 두고 보고만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 선생님께는 고집스럽기도 하면서 어딘가 서늘하고 고고한 기운이 여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생님만이 지니고 계신 힘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삶에 큰 장애물이라든지 고난과 시련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해야 그것들을 떨쳐낼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요.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면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시고 행동하셨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제가 선생님께 궁금한 건 여기까지예요.

선생님, 저는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너무나도 많고 우리나라를 정말 사랑하는 고등학생이에요. 20세기는 서양을 비롯한 제국주의자들에게는 온 세계를 집어삼킬 만큼 강력한 힘을 내뿜는 시대였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에게는 고난의 시대였어요. 즐겁고 신나기보다는 슬프고 답답한 일이 많았어요. 그래도 선생님을 비롯한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그랬기에 현재에 제가 있어요.

이제 앞으로의 역사는 우리들의 손에 의해서 쓰일 거예요. 저희들은 선생님의 세대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진화하는 국제화 시대에 살게 될 거예요. 그럴 때일수록,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밝아야 해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말처럼 제 나라의 역사와 문화조차 모르는 사람이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찾기야 할까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럴 때일수록 선생님을 떠올려 보곤 해요. 이제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또 관심을 더욱 기울이고 하루하루를 열정적이게 살아보려고 해요.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인 윤동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 스스로를 무능한 시인이라고 자신을 깎아내리고, 조국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못하였다고 자책하지 말아요. 당신이 행하였던 모든 일들이 그저 위대한 발걸음이자 지금에 이르러서도 박수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여겨지고 있어요. 당신의 그 몸짓 어느 하나 헛된 일이 아닙니다.

부끄러워 마세요. 시 짓기를 사랑했던 당신이,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저 시 한편 끄적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괜스레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황선우 안양 신성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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