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화재 발생…운전기사 침착하게 수동으로 버스문 개방
화재재난문자 전송받고…레크레이션 장소서 3분 만에 차량으로 이동 완료
평택 현화중학교 학생들이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숙박형체험학습(수학여행) 중 대형 산불을 만나 버스가 전소되는 긴급한 상황에서도 모두가 무사했던 것은 인솔 교사와 안전요원, 버스기사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응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현화중학교(교장 박대복)에 따르면 수학여행 중인 학생들이 산불 소식을 들은 것은 4일 오후 7시 55분께다. 학생부장인 A교사가 화재발생 긴급재난문자를 받은 것이다.
A교사는 사실여부를 알기 위해 리조트 밖으로 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불길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는 것을 확인, 이를 학생과 다른 교사들에게 전파했다. 당시 학생들은 고성군 토성면에 소재한 캔싱턴리조트 지하시설에서 ‘레크레이션과 장기자랑’ 중이었다.
“지금은 실제상황이다. 선생님과 안전요원들이 안내하는대로 따라주길 바란다.”
7개반 199명의 학생들이 리조트 지하에서 7대의 버스로 이동을 완료하는 데 걸린시간은 3분.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한 레크레이션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일사분란한 대응이 빛났다. 현화중학교는 수학여행 출발 며칠 전에 재난대응 훈련을 실시했고, 이것이 실제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길을 피해 속초 시내로 향하던 버스행렬은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만났다. 앞에서 달리던 4대는 통과했으나 뒤따르던 3대는 신호대기를 했다. 편도1차선인 도로는 차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연기로 가득했고 불길을 피해 나온 승용차들로 일대 혼잡을 이뤘다.
신호대기하던 버스 옆까지 불길이 다가오자 교사와 안전요원들은 학생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창가의 커튼을 내렸다. 급박한 상황이 되자 버스기사는 운전대를 속초방향과 반대쪽으로 돌려 불길을 피해 달렸다.
버스가 속초시내로 들어오자 안도의 한숨을 쉬는가 싶었다. 7반 학생 30명이 타고 있던 3번 버스에 화재가 발생했다. 산속의 불길을 피해오는 도중에 불이 엔진룸에 옮겨 붙은 것이다. 화재로 자동문이 작동하지 않자 버스기사 B씨는 침착하게 수동으로 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교사와 안전요원의 인도에 따라 신속하게 빠져나왔다.
7반 학생들은 나머지 6대의 버스에 나눠탔다. 4대의 버스에 탄 학생들은 5일 오전 2시30분, 나머지 학생과 버스는 오전 4시20분께 평택시 안중읍 소재 학교로 전원 무사히 학교로 복귀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뻔 했던 것을 신속한 대처로 막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1개 반에 담임교사와 함께 또 한 명의 교사를 추가로 배치한 박대복 교장의 조치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박대복 교장은 고성지역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교장실에 학교운영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비상대책반’을 꾸려 당황스러움으로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모르는 교사들에게 수시로 대응 방안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화중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은 당초 ‘레크레이션과 장기자랑’ 장소는 불길이 옮겨붙은 고성군 소재 한화리조트였으나 시설이 공사중이어서 불가피하게 캔싱턴리조트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서 현화중학교 2학년 7개반 213명(3명은 고열 등으로 조기 복귀)은 5일까지 강원도 원주시와 속초시 등에서 숙박형현장학습체험을 하기 위해 지난 3일 오전 8시 20분 학교를 출발했다.
수학여행을 인솔했던 김기세 교감은 “강풍이 불고 치솟는 산불에 버스까지 화재가 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했던 것은 선생님들과 안전요원, 버스기사분들 모두가 침착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평택=최해영ㆍ박명호 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