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배려와 절제가 있는 봄 나들이

바야흐로 완연한 봄이 오며 화려한 봄꽃들이 만개해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선물하고 있다. 옛 사람들 또한 만물이 소생하는 본격적인 봄을 맞이하여 야외로 나들이를 했으니 음력 삼월 삼일을 삼짇날이라 하였으며 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하였는데, 이날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삼짇날의 대표적인 민속으로는 남자들은 활터에 모여 활을 쏘며 호연지기를 겨루는 궁술회를 즐겼고 부녀자들은 진달래꽃을 꺾어 찹쌀가루에 반죽하여 참기름을 발라가면서, 둥글게 지져 먹는 ‘화전(花煎)’놀이를 즐겼다.

단종이 왕위를 빼앗기자 벼슬을 버리고 향리인 전라북도 태인(泰仁)에 은거한 불우헌(不憂軒) 정극인(丁克仁)은 만인 성종 연간에 그곳의 봄 경치를 읊은 가사 상춘곡(賞春曲)을 통해 봄 경치를 읊으며 자연 속의 여유와 풍류를 노래했다. 현대어로 옮긴 시를 통해 잠시 예 사람의 정취를 느껴보았으면 한다.

‘세상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미칠까 못미칠까?

세상의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 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수풀에서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하여 소리마다 아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데,

한가로운 가운데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자로구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은 오늘 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정극인의 상춘곡 중)

자연 속에서 안빈낙도하며 유유자적 봄을 즐기는 소박한 삶의 정취가 느껴지는 시였다.

경기도와 중부지방에서도 다양한 봄꽃 축제가 열리기에 몇 곳을 소개해본다. 4월 초 양평에서는 산수유한우축제가 있고, 중순에는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축제가 있으며, 하순에는 군포시 산본 철쭉동산에서 철쭉축제가 있다. 또한 고양 호수공원 일원에서는 고양 국제 꽃 박람회가 5월까지 열리고,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서도 봄나들이 봄꽃축제가 개최된다.

말 그대로 백화가 만발하는 봄을 맞이하여 많은 시민들이 나들이를 떠나기 전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먼저 꽃을 함부로 따지 않고 꽃밭을 훼손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버렸으면 한다.

또 공공시설에서 질서를 지키지 못하거나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수준 높은 시민의식으로 배려와 자제를 통해 즐거운 봄나들이가 되었으면 한다.

한덕택 남산골 한옥마을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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