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클럽 버닝썬 사태, 대한민국은 과연 마약청정국인가?

강남 최대의 클럽인 버닝썬에서 마약이 유통됐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평범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마약이 유통됐다는 사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도 마약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외적으로 마약청정국의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참혹하다. 일반적으로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류 범죄에서 안전하다고 분류한다. 하지만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 적발된 마약류 사범만 1만 4,123명으로, 인구 10만명당 약 30명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암수범죄(아직 적발되지 않은 범죄)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범죄자의 숫자는 20~30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대 필로폰 원료를 제공하는 대만, 제조국인 대한민국, 소비국인 일본을 일컬어 ‘화이트 트라이앵글’이라는 별칭이 있었다. 세계 최대 마약생산지로 악명 높던 미얀마·라오스·태국의 국경지대,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의 축소판인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의 마약제조상은 상당량의 마약을 국내에 유통했고, 이를 계기로 마약산업이 암흑의 비즈니스로 자리 잡게 됐다. 이후 대대적인 수사와 단속으로 이황순같은 거대마약상을 잡아들이는 데 성공했으나, 이는 국내 마약공급의 부족으로 이어져 마약가격이 폭등하게 되고 해외 마약상들이 대한민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은 누구든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마약위험지대가 됐다. 실제로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창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인 ‘아이스’나 ‘작대기’만 입력해도, 이를 판매한다는 글이 넘쳐난다. 또한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고 찾아가도록 하는 소위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구매자를 검거한다 할지라도, 판매자의 실체는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마약이 국내로 유입되는 경로 역시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특히 해상화물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인형이나 전자제품 안에 몰래 넣어 수입품인 것처럼 위장해 배편으로 밀반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관세청은 최근 10년간 주한미군이 국내에 반입한 마약류가 총 32.8kg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주한미군의 경우 소파(SOFA)규정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미군구성원, 공용봉인이 있는 미국 군사우편, 미국군대에 탁송되는 군사화물은 세관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마약의 사회적 해악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일단 온라인 상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마약유통을 단속하기 위한 수사기관 내 전담인력을 대폭 강화하고, 마약 관련 게시글에 대해서는 발견 즉시 삭제토록 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하며, 현행법상 합법적인 수사기법인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를 통해 마약유통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해야 한다.

또한 해상 화물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 관세청이 주한미군의 우편물 등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감시권한을 가지도록 하는 등 마약범죄와의 전면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클럽 버닝썬은 어쩌면 마약에 찌든 대한민국의 추악한 단면이다. 클럽 버닝썬의 종말은 작금의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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