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경기북부노인지도자대학 학장, 독립선언문 ‘지킴이’ 삼일절 남다른 감회

탑골공원 독립선언서 비문
국어교과서 기미독립선언서
오자 바로잡기 열정 ‘결실’

3ㆍ1운동 때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서는 우리나라의 독립 의지와 그 당위성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런 역사적 가치로 말미암아 여러 도서와 기념공원 등에는 글 또는 비문의 형태로 적혀 있다.

그러나 원문과 다르게 표기된 교과서와 비문 등이 상당히 발견됐다. 그 중심에는 이를 바로 잡고자 동분서주하며, 평생을 역사 바로 세우기에 헌신한 경기북부노인지도자대학 박동규 학장(82)이 있다. 그는 포천 영북고 교장을 끝으로 40여 년을 교직에 몸담았던 한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2009년 11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답사, 독립선언서 비문을 독해하는 과정에서 선언서 1천762자 가운데 잘못 쓴 한자 200여 자를 발견했다.

박 학장은 “당시 비가 건립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방문자들은 국한문·고어체의 문장이라 읽기를 회피했고, 일부 오자가 발견됐더라도 그대로 방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를 비롯해 문화재청 등 관계 기관 12곳에 ‘탑골공원 독립선언서 비의 한자 오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제하의 호소문과 독립선언서 원본의 복사본, 한자 정오표, 필사한 선언서 정본 등을 동봉해 발송했다. 그러나 접수된 호소문은 접수 담당자가 탑골공원이 소재한 종로구청으로 민원을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등 무성의로 일관했다. 박 학장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 국민에게 3ㆍ1운동 독립선언문 원본 그대로를 접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박 학장의 노력 끝에 2015년 서울 탑골공원에 원본대로 필사ㆍ각석한 새로운 독립선언서 비가 세워졌다. 그의 지치지 않는 노구의 열정이 역사를 바로 세운 것이다.

박 학장은 또 고교 국어 상권에 수록된 기미독립선언서에도 잘못 쓰인 한자를 확인,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수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2013년 국어 교과서의 수정 개정판이 간행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박 학장은 올해 3ㆍ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젊은이에게 말한다. “과거 우리 선조가 선언한 독립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역사 바로 세우기이고, 나라 사랑이라고!”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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