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복합쇼핑몰 규제,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소상공인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은 월 2회 의무휴업을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복합쇼핑몰을 규제한다고 그 혜택이 전통시장 및 중소상인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실패한 정책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대형마트의 개점증가로 인해 소비자들이 중소유통점 및 전통시장을 외면하자 정부는 중소유통점 및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에 대해 월 2회의 의무휴업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면 소비자들이 중소유통점 및 전통시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단순하고 이분법적 생각에 기초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휴일 영업금지 등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면서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쇼핑몰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결국, 온라인쇼핑몰이 대형마트 규제의 수혜자가 된 셈이다. 즉,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나 생활양식(life style)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의무휴업 규제는 소비자들에게 불편만을 가져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복합쇼핑몰도 규제한다고 한다.

이 법의 1차원적 문제는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대부분은 소상공인이라는 점이다. 소상공인을 도와주는 법이 오히려 그들을 다시 규제하는 현실 속에서 복합쇼핑몰에 입주한 소상공인과 그렇지 않은 소상공인 사이에 역차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소상공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추가적인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앙정부와 여당의 모습이다. 복합쇼핑몰을 규제한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을 것임은 대형마트 규제 실패사례에 비추어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복합쇼핑몰은 쇼핑환경뿐만 아니라 문화, 레저생활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어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는 소비자의 문화생활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규제하는 것은 옳은 정책이 아니다.

일본이나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서도 대형유통점과 중소상인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과거 인위적인 대형유통점 규제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대형유통점의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입법하고 별도의 정책을 마련해 중소상인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과거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면서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통시장의 노후시설 현대화 및 주차환경의 개선, 소비문화의 다변화에 대응한 차별화되고 특화된 사업영역의 개발 지원, 지역별 소비시장의 특성에 대응한 지역밀착형 영업전략 개발을 통한 지역상권 활성화, 중소상인 간의 협동조합 활성화를 통한 규모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유도, 중소상인 및 전통시장의 자생력을 향상시켜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을 중소유통점 및 전통시장에 끌어들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중소상인 및 전통시장 보호에 효과도 없으며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져오는 복합쇼핑몰의 규제는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

이현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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