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주는 자와 받는 자

“아빠요”, “부모님이요” 라고 대답한다. “당신의 영웅은 누구인가요?” 라는 나의 질문에 소년원 학생들은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하는 대답을 주저 없이 던진다.  전국의 청소년교정시설 몇 곳을 찾아 크리스마스 음악을 선물하였다. 분명히 이 학생들도 우리의 희망이요 이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여주는 단면이 된다. 이 학생들을 사회와 격리된 특수한 계층으로 보는 시선은 나라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 형제와 떨어져 교정시설에서 새롭게 변화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그들을 사랑과 열정으로 지도하는 시설의 선생님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 격식 없는 리더십으로 학생들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원장선생님이 속한 시설은 원생들도 긍정적이며 가족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원생들이 직접 만든 투박하지만 맛있는 롤 케익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정성껏 끓여준 커피를 대접 받으며 진심이 담긴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반면, 어떤 곳은 연주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원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연주를 시작조차 할 수 없어 준비한 곡을 다 연주하지 못하고 급하게 시간에 맞추어 마무리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학생들과 잠시 지내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답은 ‘애정’ 이다. 누구라도 쉽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징글벨’ 같은 기본적인 크리스마스 캐럴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이런 시설에서 따뜻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정감있게 나누기에는 시설이 낙후되고 프로그램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훈련과 전인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였다. 선진국에서는 소년원 학생 1명당 선생님이 3명까지 있어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적응에 필요한 값진 교육을 제공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의 위상을 갖추려면 청소년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교정시설에 먼저 투자의 눈을 돌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왔다.

세밑을 맞아 평소 할 수 없었던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기관들이 소외된 이웃과 도움이 필요한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우리도 최상급의 프로그램으로 방문할 시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일정을 정하고 출연자들은 연습에 몰두하여 최상의 연주를 준비한다. 그리고 연주 당일, 해 뜨기 전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6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타고 도착하는 즉시 음향을 체크하고 전력을 다하는 연주를 한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도 있다. 어떤 시설에서는 무대에서 연주하는 인원이 청중보다 숫자가 많은 경우도 있다. 연주를 하면서 우리가 물 한 잔조차 얻어 마시는 일이 없는 ‘모든 것을 주는 연주’ 가 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고 나는 독려한다. 모든 직원과 원장이 감사하며 환자와 함께 우리의 연주를 즐기는 시설이 있는 반면 아주 먼 길을 찾아간 어떤 국가기관 병원에서는 원장은 물론 담당자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쓸쓸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이런 연주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양하게 교차한다. 때로는 기대 이상으로 따뜻하고, 때로는 기대에 못 미쳐서 외롭고 허무하고 쓸쓸한 생각 등이다.

‘받는 것에 익숙한 자들’은 때에 따라서는 ‘주는 자’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하기야, 사회복지시설에 찾아오는 단체들이 오죽 많을까? 이를 관리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일’에 불과하며 본인에게 돌아오는 이익보다는 책임이 커 보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소년원방문 크리스마스 연주를 통해 체득한 것은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분명히 평안, 기쁨과 위로를 받는 것을 경험하였다. ‘받는 자’ 들이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자주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존재가 ‘받는 자’에서 ‘주는 자’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 사회는 더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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