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삼부자 페달 여행기’
인내·끈기력 키우고자 국토종주 시작
4년여 동안 4대강 종주 등 힘찬 질주
아이들과 하루빨리 日·유럽 달리고파
“두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도 자신이 몸을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단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결국, 노력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죠.”
두 아이와 함께 국내 자전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안산시건축사회 최형순 회장(55).
대학 강단에서 건축학 강의를 하는 최 회장은 자전거 동우회에서 활동하던 중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하는 건축 관련 작품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인내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학생들에게 자전거를 권하면서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특히 큰아들 지원씨(27)가 대학시절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동해안 길을 두 바퀴로 달려 남해에 다다른 기억을 바탕으로 삼부자(三父子)의 페달 여행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가까운 곳에서 시작했다. 2015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둘째 아들 승혁군의 여름방학을 이용, 삼부자가 2박3일 일정으로 낙동강 자전거 길을 계획하고 안산을 출발했다. 하지만, 나이가 어렸던 승혁군은 중간 중간 이글거리는 태양빛을 견뎌내기 어려웠고, 무거운 자전거는 어린 승혁군을 더욱 힘들게 했다. 특히 급경사길인 문경새재에 다다랐을 때 승혁군의 몸은 파김치가 됐다.
최 회장은 “온몸에 땀이 흐르고 엉덩이에 생긴 물집은 터져 진물이 흐르고 정말 최악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큰아이가 작은아이의 자전거를 끌어주고, 작은아이는 그런 형의 마음을 아는 듯 힘을 내서 페달을 밟을 때 ‘정말 잘 선택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피보다 진한 ‘형제애’를 느꼈을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그렇게 시작한 최씨 삼부자의 자전거길 여행은 국토종주를 시작으로 4대 강 종주와 구간별 종주로 이어져 4년여 동안 국내 자전거 그랜드슬램을 거두는 쾌거를 이뤄냈다. 최 회장은 “막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나니 어렵게 시작했지만, 두 아이가 정신적으로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늘 아내가 쉴 자리와 먹을거리 등을 준비해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해주고 있어 그 또한 아이들이 힘을 얻는 힘의 원천”이라며 아내 하지윤씨(54) 자랑도 잊지 않았다.
현재 지원씨의 직장 문제와 고등학교 3학년인 승혁군의 입시준비 등으로 삼부자 페달 여행은 잠시 미룬 상태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일본과 유럽 자전거 여행길을 떠나고 싶다는 최씨 삼부자의 ‘가족애’는 지금도 길 위에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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