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가 싸우면

‘아무리 유명한 식당에 가더라도 주방은 보지마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주방의 지저분함은 일류식당이나 조그만 식당이나 마찬가지라 실망한다는 뜻이다. 맹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사람의 본질을 설명했다.

‘50보 도망간 사람이 100보 도망간 사람을 욕한다.’ 도망가기는 50보나 100보나 마찬가지인데 조금 더 도망친 사람을 욕하는 어리석음을 간파한 것이다.

더 독한 일화도 있다. 충청도 최고의 갑부였던 김갑순옹이 살아 있을 때 입버릇처럼 한 말이 ‘모두가 도둑놈’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을 그는 곧잘 일본어로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엔 믿을 사람이 없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 똑같다는 말이다. 사실 서슬 퍼런 일본 총독도 김갑순의 황금 명함을 받고는 손을 잡아주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김갑순의 ‘체험적 욕설’이 이해가 될 만하다. 지난 달 28일, 경찰이 음주 운전의 처벌을 강화하기로 발표한 날, 그리고 그 즉시 전국적으로 음주운전을 단속한 날,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울 경찰청 소속 A경위가 면허정지 수준의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신호등 앞에서 잠들고 만 것이다. 도로를 가로 막고 잠든 차 때문에 한동안 차량소통이 엉망이 된 것은 물론이다. 더 기막힌 사건은 국회의원의 음주운전. 민주평화당 이 모의원은 음주운전에 철퇴를 가해야한다는 사회정의의 투사처럼 보였다. 전역 4개월을 앞두고 휴가 나온 20대 청년을 음주운전자가 덮쳐 죽게 한 사건에 격분, 소위 ‘윤창호법’을 공동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음주운전을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이니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농단’을 다루는 국회 청문회에서도 스타 역할을 했는데 그만 음주운전이 먹칠을 하고 말았다.

도대체 이 허탈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청소년 학생들에게 국회의원의 역할을 무어라 해야하는가? 현역 국회의원 중에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우가 17명이나 된다는 것도 참으로 민망하다.

인디언 마을의 한 노인에게 손자가 물었다.

“저기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가 싸우는데 어떤 늑대가 이길까요?” 할아버지가 손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밥을 준 늑대가 이긴다.”

SNS상에도 여러 형태로 소개된 이야기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우리 마음속에는 착한 늑대, 나쁜 늑대 두 마리가 항상 싸우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두 마리 늑대는 우리에게 밥을 달라고 유혹을 한다는 것이다. 이 때 나쁜 늑대의 꾐에 넘어가 밥을 주면 나쁜 늑대처럼 되고 착한 늑대에게 밥을 주면 착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그러니까 늑대인 것은 똑같지만 선택에 따라 그 결과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이 아닐까?

가령 내가 술을 마셨는데 대리운전을 부를까 하는 생각이 마음에서 일어났다면 착한 늑대가 밥을 달라고 한 것이고 ‘아니야. 그냥 운전해! 내가 경찰 간부고, 국회의원인데 설마 어떻겠나’하고 핸들을 잡으면 나쁜 늑대가 유혹을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참 나쁜 늑대가 너무 많다. 여신도를 꼬여 나쁜 짓을 한 목사님, 제자를 성추행 한 선생님, 성매매 단속을 하면서 성상납을 받는 경찰관, 취업대란시대에도 끄덕 없이 어머니, 삼촌과 동생까지도 정규직의 고용세습을 하는 힘 센 사람들, 비리를 저지르고도 진정있는 사과는커녕 어떻게 위기를 피하고 보자는 공직자들, 체인점에 대한 갑질의 회장님들…처음 이들은 착한 늑대보다 더 착한 양의 탈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착한 양 마저 믿을 수 있으랴!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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