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남은 3년간 아베 수상이 하고 싶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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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아베 수상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자인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을 물리치고 자민당 총재로서 연속 3선에 성공했다. 자민당 규칙에서는 당 총재임기를 ‘연속 3기 9년’까지로 규정하고 있어 아베 수상의 최대 재임기간은 2021년 9월까지이다. 내년 11월20일에 아베 수상의 재임기간은 기존 가쓰라 다로 수상(2천886일)의 최장수 재임기록을 누르고 일본 헌정사상 최장 재임 수상이 된다.

 

일본 내에서는 점차 아베 수상의 레임덕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다와라 소이치는 AERA에서 “아베 수상의 레임덕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아베 수상의 레임덕이 시작된다고 해도, 이는 한국에서 대통령 임기 후반 관찰되는 레임덕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일본에서는 통상 내각 지지율이 30%보다 낮아지면 내각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즉 아베 수상이 3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수상의 리더십이 극단적으로 약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한 차기 수상 역시 여전히 자민당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3년간 아베 수상이 어떠한 정책을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하지만, 이를 짐작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은 이달 24일 국회에서 이루어진 아베 수상의 소신 표명 연설이다. 아베 수상은 동 연설 서두에서 “격동하는 세계를 한가운데에서 리드하는 일본을 만든다”고 설명하고 “다음 3년간 그 선두에 서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아베 수상 자신도 본인의 남은 임기 3년을 강하게 의식하고, 소신 표명 연설을 통해 본인의 역점 정책과제를 명시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아베 수상은 일본의 현행 헌법은 GHQ(연합군 최고사령부) 점령기에 GHQ의 강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므로, 이제는 일본인 스스로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이번 연설에도 기존처럼 자민당의 헌법개정안의 국회 제출에 대한 의욕을 표명했다.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이 소극적이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강렬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또한 개헌에 대한 일본 여론의 지지도 확고하지 않다. 아베 수상이 남은 임기 3년 안에 헌법 개정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로 아베 수상은 외국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 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취로(就, 취업)를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체류자격 신설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아베 수상이 추진하는 일본경제 활성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의 유효 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은 1.63배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수용에 소극적이었지만, 저출산ㆍ고령화가 진전되고, 호경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기업 측의 외국인 노동자 수용 확대에 대한 요청을 일본 정부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아베 수상의 국정 장악력이 어느 정도는 약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국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전히 아베 내각과는 협력관계는 중요하다. 특히 한국이 직면한 고용 현실을 고려한다면 한국 인재의 일본에서의 취업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할 것이다. 다만 외국 인재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한국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성빈 아주대 국제학부장·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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