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새로운 가짜뉴스 규제법이 필요한가

고문현
▲ 고문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특정 언론사를 향해 ‘가짜뉴스’를 언급하고 있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가짜뉴스는 가장 핫한 이슈가 됐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세계공영방송총회 환영사에서 “끝없는 기술발전과 정보욕구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정보의 홍수는 급기야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정보의 온상으로까지 작용하기에 이르렀다”며 “대중매체는 이제 공정성으로 경쟁하기보다 편향성으로 경쟁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는 대중매체의 기능도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가짜뉴스에 대한 정리차원의 대응을 시사했다. 

이로써 가짜뉴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고,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예방을 위한 입법조치’를 촉구하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필자도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의 사생활이나 국가안보 및 사회질서 등과 관련해 왜곡된 사실을 제작하여 유포함으로써 개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가안보나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제작해 유포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라는 뜻으로, 결점(缺點)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手段)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친다는 뜻)’의 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생명선과 같이 소중한 것으로 이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해 표현의 자유를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다. 아울러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4항에서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표현 자유의 남용에 대한 장치를 두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연방헌법은 기본권 부분의 제일 앞인 수정 제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짜뉴스를 규제하려다가 진짜와 가짜 구별의 애로에 봉착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오히려 사상의 자유 시장에 의해 가짜 뉴스가 자연스럽게 퇴출당할 수 있으며 설령 가짜뉴스 탓에 피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21조 제4항을 비롯한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공표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사이버 명예훼손죄 등으로 규율할 수 있다. 또 언론관계법이나 민법의 관련 규정 등 기존의 관련법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짜뉴스에 대해 새로운 규제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는 ‘옥상옥’의 과도한 규제로서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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