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입으로 전해지는 말인 구어(口語)와 그것을 부호 즉 글로 나타낸 문자(文字)로 되어 있다. 말(言)은 말(馬)과 같아서 운동력이 있다. 좋은 말은 상대방에게 위로를 주지만 나쁜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칼과 같이 상대방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겨 주기도 한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미치는 것을 설화(舌禍)라고 한다. 말을 하되 신중하게 하고, 말 잘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잘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편, 말은 한 번 하고 나면 기억력에 의존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오래 보존하기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말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자가 개발되었다. 문자의 기원과 관련하여 고대 수메르어나 이집트 상형문자, 중국의 한자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1446년에 세종대왕이 창제하여 반포한 한글은 세계에서 탄생 기록을 가진 유일한 문자다.
해마다 10월9일 한글날을 맞아 다양한 시각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이야기한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음소문자라고 하는 학자들이 있는가 하면,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어의 우수성은 문자 자체가 가진 과학성뿐만 아니라 그 문자로 표현된 글의 힘에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들의 언어인 히브리어가 성경이 기록된 언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왕’, ‘한여름 밤의 꿈’ 등 세계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를 두고 “국가를 모두 넘겨주더라도 셰익스피어 한 명만은 못 넘긴다”는 유명한 말을 하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으로 유명한 독일의 괴테는 독일어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였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나에게 26명의 납 군인만 있다면 나는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 26명은 영어 알파벳의 숫자이고, 납 군인은 타자기를 말한다. 영문타자기만 나에게 있다면 나는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영어의 ‘스펠’(spell)이라는 단어가 ‘철자’라는 뜻도 있고, ‘주문’ 혹은 ‘마법’이라는 뜻도 있는 것처럼, 언어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 요즈음 방탄소년단(BTS)의 한글 노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것처럼, 한글이 앞으로 아름다운 시와 노래, 그리고 진실하고 영향력 있는 글들을 통하여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언어가 되어간다면 한글이 가진 과학적 우수성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임봉대 인천시 박물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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