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가 관심 가진 재판들에 대한 협의를 한 것은 물론 동료 법관을 사찰하거나, 헌법재판소 기밀을 빼돌리고, 증거를 없애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등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법부의 권위는 전례없이 훼손돼 많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더 늦기 전에 그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국민의 사법불신을 극복하려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판결을 신속하고도 전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헌법 제109조에 명시된 것처럼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심리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지만, 판결은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모든 판결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대법원판례 정보에 의하면 최근 연평균 3만5천여건 중 약 2천500여건(약 7%)만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대한민국이 정보(IT)강국이라는 것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법원 전산화 비용이 아무리 소요되더라도 판결을 최대한 많이 정리해 공개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판례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화급하다.
둘째, 이른바 ‘전관예우’의 사슬을 단호히 끊어야 한다. 사법 생명은 공정함과 신속성이다. 이것이 전관에 의해 계속 흔들리게 된다면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성은 연목구어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에 취임한 김선수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이후에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신선한 충격을 준 바가 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대법관들에게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도록 하는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전관예우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선수 대법관들이 이어지기 바란다.
셋째,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해야 한다. 법원의 재판은 사건 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법관들이 한정된 시간과 자료를 가지고 진행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법관들이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의 위계질서 속에서 재판하게 되면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급심 법관의 판단을 존중해 이를 번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말로만 현행 재판제도가 3심제이지 위와 같은 자세로 법관이 당해심의 재판을 진행하게 되면 실제로는 단심제나 다름이 없는 셈이며, 사건의 당사자는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에서 같은 사건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보게 함으로써 기본권 보장에서 법원과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더 늦기 전에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위와 같은 특단의 자구책의 마련해 더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도록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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