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리듬으로 한국 축구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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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8일 스웨덴과의 게임을 시작으로 한국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의 16강 진출을 위한 처절한 전투에 돌입한다. 2002년 같은 4강의 기적이 쉽게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자체로 엄청난 성과를 획득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축구 현실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몇 번 관람해 본 한국프로축구경기 관중의 숫자는 부끄러움을 넘어 처참하다. 운영시스템의 한계, 경기력이 청중의 기대보다 낮은 수준, 또는 여러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유럽의 최정상팀의 경기실황으로 국내축구는 관심이 없어진 것으로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는다면 월드컵 본선진출도 어려운 때가 올 수도 있다.

 

연주를 위해 우루과이, 브라질, 멕시코,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의 축구강국을 방문할 때 마침 그 지역에서 게임이 있는 행운이 있을 때는 반드시 경기장을 찾는다. 지하철역 또는 주차장에서 축구장까지의 거리를 노래와 함성과 함께 행진하는 그들은 관중이 아니라 전사였다. 그들의 경기장 내의 뜨거운 열기는 90분 동안 잠시도 식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한 팀이 어렵게 진출한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홈게임을 지난달 관람했다. 눈짐작으로 1천명도 안 되는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프로선수들의 모습이 남미와 유럽의 경기장과 오버랩 되며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한국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10회 그리고 9회 연속으로 진출한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표현 외에는 없다.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전국의 유소년 팀 감독들에게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선수들을 이끌어 훌륭한 선수들을 많이 배출해내는 것도 한국축구의 재도약을 위한 최우선 과제이므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해본다.

 

1. 우수한 두뇌를 가진 선수들을 선발하라. 체력위주로 선수를 선발하다 보면 결국은 동일한 패턴의 플레이로 상대방에게 읽히는 게임을 하게 된다. 현대축구는 두뇌축구다.

2. 동일한 패턴의 훈련과정을 피하라. 선수들의 훈련을 보면 당장 있을 게임의 승리를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3. 일주일에 두 시간 이상씩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말러, 스트라빈스키 등 클래식음악을 듣게 하라. 선수들이 어린 시절부터 획일화된 훈련방법으로 스스로 개인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혼자 생각하며 상상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창조의 시간이 없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메시는 170이 안 되는 키와 그다지 빠르지 않은 스피드로 장신 숲을 누비며 수많은 골을 기록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주장 호날두는 급작스런 정지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전환으로 수비수들이 상상할 수 없는 창작을 한다. 

영국의 대표 골잡이 해리 케인은 24살에 불과하지만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득점왕으로 등극한 지 몇 년이 되었다. 큰 움직임이 없어 보이지만 내적인 견고함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상대선수들의 허를 찌르고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득점이 가능하게 한다. 

이들을 포함한 우수선수들의 지속적인 플레이를 관찰하면 그들은 구별되는 자기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자랄 때 다양한 리듬을 가지도록 훈련받았다면 상대방을 쉽게 제칠 수 있는 몸의 유연성을 보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축구는 빠른 템포의 게임을 소화할 뿐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변칙적인 리듬을 통해 예술적 창의력을 발휘해야 승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리듬의 터득은 음악으로 해결될 수 있다. 현대음악과 함께 발레, 무용, 그리고 움직임으로 해결될 수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봄의 제전’을 듣고 이 음악에 맞는 움직임을 어설프게라도 만들 수 있는 두뇌를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유소년팀 그리고 그들이 성장하여 국가대표팀이 구성된다면 세계최강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나는 이런 팀의 자원봉사로 음악담당 코치를 하고 싶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파이팅!

 

함신익 심포니 송 지휘자·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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