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先 로드맵 제시 필요”
경기도의 인구는 약 1천300만 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민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에 반해 경기도를 담당하는 소방관들은 8천여 명이다. 지난해 7월25일 취임해 경기도재난안전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재열 경기도재난안전본부장에게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 소방 당국의 발전방향 등에 대한 고민을 물어봤다.
Q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됐다. 정부 역시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필요성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나.
A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과 평등한 소방서비스 제공, 소방공무원의 사기진작과 자존감 향상을 위해서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소방관이 국가직이 아니다 보니 증원 계획을 세워도 각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지부진해지기 마련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방에 대한 비전과 실질적인 지원의 문제이므로 소방인력 확충, 장비 시설 보강, 소방공무원 처우개선,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구축 등에 대한 목표와 로드맵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
Q 소방 현장 인력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됨에도 전국 모두가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실정은 어떠한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어떻게 수립ㆍ추진하고 있나.
A 경기도는 지난 2015년 소방력기준으로 2천403명의 현장인력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후 ‘이병곤 플랜’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충원해왔고, 앞으로도 2022년까지 2천여 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력증원은 한계가 있으므로 차량위주의 출동부대 편성으로 인한 진압대원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소방서 직할센터의 인력 및 장비를 외곽센터 특성에 맞도록 분산 배치하여 최일선 초기대응인력을 확보했다. 또 물탱크차 위주에서 소화전중심으로의 소방전술 변화를 통해 물탱크차 인력을 진압대원으로 활용하는 등 효율적 인력운영으로 재난대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구급대원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에 따른 출동인력 공백 방지 및 양질의 구급서비스 제공과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소방공무원의 부담감 해소를 위해 대체인력을 운영하고 긴급하지 않은 생활안전민원과 각종 안전교육 등도 소방공무원이 아닌 전문의용소방대 등을 육성해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Q 작년 7월 취임 후 많은 일을 했다. 119 생활안전출동기준 마련과 119 소방안전패트롤 출범 같은 전국적 기준을 마련한 정책들이 돋보이는데.
A 제천과 밀양화재 이후 재난대응에 대한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단계별 점층적으로 대응단계를 높여갔지만, 이제는 재난발생 초기부터 최대한 소방력을 집중해 대응하고 단계별로 하향시키는 추세다. 이런 톱다운 방식의 대응을 위해선 효율적인 소방력 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추진한 것이 ‘119 생활안전출동기준’이다.
단순 문 개방과 같은 긴급하지 않은 사안에 투입되는 소방력을 재난현장으로 투입시켜 재난대응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다. 아직 비응급전화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지만 경기도민의 높은 의식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비응급 전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119 소방안전패트롤’의 출범도 매번 화재 시 반복되는 비상구 폐쇄와 소방시설 차단, 불법주차 등 화재 안전저해 3대 불법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도민들의 불안감도 해소하고, 인명피해를 방지하고자 마련한 방안이다. 처음에는 소방공무원들이 점검을 나온다고 하니 자영업자분들의 걱정과 우려도 많았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최근에는 많이 협조가 되고 있다.
Q 최근 구급대원이 주취자의 폭행으로 사망,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는데.
A 지난 4월2일 전북 익산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구급대원이 욕설과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받던 故 강연희 소방경이 끝내 5월1일 우리 곁을 떠났다.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경기도에서도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 88%가 주취자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유형별 대응요령 교육확대, 폭행억제 및 증거확보를 위한 CCTV, 웨어러블캠 지급, 폭행행위 방지장치(구급차 내 비상버튼, 휴대전화 앱) 개발 보급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소방특별사법경찰에 의한 신속 엄정한 수사 및 검찰송치도 추진하고 있다.
Q 올해 업무 추진계획을 보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생활안전환경을 조성하고 재난대응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A 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는 도재난안전본부가 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기반 생활안전환경 조성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본부에서는 미래형 스마트 화재예방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한 예로 현재 의왕시 도깨비시장에 시범운영 중인 스마트 화재대응시스템이 있다. 이는 점포별로 무선 화재감지기를 설치해서 화재 발생시 자동으로 소방서, 시청, 점주에 통보하는 체계다.
또 미래형 재난대응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시군 CCTV와 대형화재취약대상의 영상정보를 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와 연계해 재난영상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재난현장지휘관의 역량강화를 위해 서울의 가상재난훈련센터(ICTC)에 도 현장지휘관을 위탁교육시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경기도 재난환경에 맞는 독자적인 재난지휘훈련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Q 과거부터 현장 소방공무원들과의 조직 내 소통을 강조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장으로 부임한 이후 이를 위한 특별한 시책이 있다면.
A 요즘 가장 화두가 되는 말이 ‘소통’인 것 같다. 대형재난현장에서 개개인 한명 한명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하는 소방조직 특성상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경기도소방 조직내에는 직급별, 기능별, 계급별, 세대별, 성별 등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서로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각자의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보다 보니 일치된 의견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소통채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 예로 단체행동을 할 수 없는 조직특성상 불만요인 등을 공개적으로 건의할 만한 창구가 없다. 이때문에 다소 폐쇄적 소방문화를 열린 소통조직 문화로 개선하고자 누구나 익명으로 자유롭게 본인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자유토론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정말 문제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또 그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돼 많은 부분을 실제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언제나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대해 과분한 사랑과 신뢰를 주시는 도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도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소명의식을 가지고 전 직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화재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도민 여러분들 스스로도 철저한 화재 예방을 당부드린다.
김승수기자 /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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