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부모 존속살해, 다음 차례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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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인천 부평에서 치매를 앓던 70대 노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9년 전으로 기억한다. 췌장암 말기 환자인 60대 남성이 90대의 아버지를 살해했으나, 정상이 참작돼 징역 4년의 형을 받았다.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아들은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90대 치매 아버지의 부양문제와 자신의 치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건강이 악화되고 사후에 아버지의 간병 및 부양문제를 걱정해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긴 병에는 효자가 없다고 한다. 치매는 남의 나라, 남의 가정사만이 될 수는 없다.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노인인구 중 치매 환자는 72만5천명, 유병률은 전체 노인의 10.2%로 추산되며, 2050년에는 노인 치매인구가 271만 명까지 늘고 유병률은 15.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치매를 가정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치매국가책임제를 지난해 8월 발효한 이후 전국 250여 곳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던 기존 치매지원센터와 달리 검사뿐만 아니라 인지재활프로그램, 치매가족을 위한 자조모임, 치매노인 임시보호시설도 추가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 정부가 치매 관리 종합계획의 일부로 ‘치매안심마을’을 시범 조성키로 했는데, 이는 치매환자와 가족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원래 살던 마을에서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치매안심마을’ 사업은 고령·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에서 이미 추진되고 있다. 일본에선 독거노인 혹은 노인부부 단독가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개호(介護)의 사회화’가 주창되면서, 2004년부터 치매안심지역 만들기 사업이 진행 중이며 치매 환자에 대한 성년 후견인 제도 확대를 위한 교육과 치매 서포터 양성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영국도 영국알츠하이머학회와 정부가 나서 2012년부터 ‘치매 친화 공동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치매 환자와 1대1로 동행해 공원이나 상점, 카페를 방문하는 등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교통경찰관들도 대중교통 승차권 구매 등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선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치매행복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처인구 역삼동, 기흥구 기흥동에서 시작해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 인천에서도 남구의 문학동, 주안7·8동, 학익2동을 중심으로 약국·미용실·세탁소·음식점 등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주변 업소를 치매안심업소로 지정해 치매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치매환자 실종예방교육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희망한다.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잘 살다가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치매라는 질병처럼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에 대해 어찌할지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제는 부양을 자녀에게 의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면 불가항력적으로 찾아오는 치매를 지역사회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의식전환이나 사회 안전망이 절실할 때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를 존속살해 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집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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