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어린이와 함께하는 안전한 나들이

김동현
김동현

점차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어린이를 동반한 야외활동을 할 경우 주의해야 할 질환들은 ‘살인 진드기’로 유명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 쯔쯔가무시병, 그리고 유행성 출혈열이 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린 뒤 6∼14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이 3∼10일간 지속된다. 이때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가 나타나며 구역·구토·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동반된다. 발생 지역은 우리나라 전역이지만 특히 경북·강원·제주에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경남과 경기 순이었다. 5∼10월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데 7∼9월 사이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일본·한국 3개국에서 발생이 보고됐고 2013년 이후 3년간 우리나라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의 사망률은 27∼47%로 매우 높았다.

 

쯔쯔가무시병은 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뒤 1∼3주의 잠복기를 거쳐 급성으로 오한·발열·두통의 초기 증상으로 시작돼 기침, 구토, 근육통, 복통 등이 동반된 발진과 딱지가 생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생하며 특히 활순털진드기 분포 지역인 전남·경남·전북·충남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9∼12월중 벌초를 하면서 산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2016년 이후 2017년까지 연간 1만여 명이 넘는 발생 건수를 보이고 있다.

 

유행성 출혈열은 한타바이러스에 속하는 야외형의 한탄바이러스, 도시형의 서울바이러스, 2012년 발견된 제주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들쥐의 소변에 섞여 나온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퍼지면서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잠복기는 대개 2∼3주이며, 발열기, 저혈압기, 감뇨기, 이뇨기, 회복기의 5단계를 거친다. 감염된 사람의 13에서 증상이 나타나고 절반가량이 위중한 증상을 보이며 사망률이 7%에 이른다. 발생시기는 10∼12월에 많지만 5∼6월에도 건조하면 발생이 증가하며 들쥐뿐 아니라 도시 지역 집쥐나 실험실용 쥐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가능하면 풀밭에 앉거나 눕지 말아야 하며, 특히 잔디가 곱다고 맨발로 다니는 것은 금물이다.

 

아파트 단지 등에서도 풀밭이나 잔디에 이불을 널어 말리지 않아야 하며, 야외에서 돌아온 뒤에는 반드시 옷을 털고, 가능하면 세탁하는 것이 좋다. 특히 풀밭에서 어린이들이 용변을 보지 않도록 하고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을 피하고 어린이들과 함께 걸을 때엔 길의 중앙으로 걷도록 한다. 또한 피부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소매는 여미고 바지는 양말 안으로 집어넣어 옷을 입히거나 다리를 완전히 덮는 신발을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벌레에 물리면 가려워 어린이들은 더 심하게 긁게 되는데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긁다보면 2차 세균감염이 발생하므로 손을 대지 말고 항생제 연고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최근 어린이를 동반해 다양한 형태의 캠핑을 즐기는 가족이 늘고 있는데, 앞서 설명한 장소들과 유사한 조건의 장소에 다녀온 후 약 1주일 정도가 지나 고열을 동반한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가까운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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