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늙은 수학자와 늙은 외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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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맷 브라운(Matt Brown)이 감독한 ‘무한대를 본 남자’라는 영화를 보았다. 인도의 수학자 Srinivasa Ramanujan (1887~1920)의 삶과 학업 경력, 그리고 스승 하디교수(Godfrey Harold Hardy, 1877~1947)와의 사제지간의 정에 대한 실화였다.

 

의예과 시절 생물학 시간에 배운 ‘하디-와인버그 법칙(Hardy-Weinberg principle)’이 생각났다. 다른 영향이 없다면 대립 유전자와 유전형 빈도가 대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법칙에 나오는 하디가 생물학자가 아니라 수학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집에 돌아와서는, 나는 하디의 저서 ‘수학자의 사과(A Mathematician’s Apology)’를 찾아서 읽다 보니 그의 성격이 특이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1896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칼리지(Trinity College)에 입학해 졸업했다. 그는 거울 속의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절대로 보지 않으려고 했다.

 

호텔에 묵게 되면 거울을 모두 수건으로 덮어 버렸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활동과 기술, 즉 자신의 수학적 능력이 줄어들 것이므로 자신의 늙어가는 얼굴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책에서 그는 선배 수학자 가우스(Gauss)가 쓴 한 구절을 인용했다. “수학은 과학의 여왕이고 대수론(number theory)은 수학의 여왕이다.” 그는 수학이 ‘젊은 남성의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수학에 재능있는 사람을 찾아서 발전시켜야 하며, 중년이 되면 수학적 재능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올해 62세가 되는 나는 성형외과 의사에게서 나이 드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다. 성형외과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길리스 박사(Sir Harold Delf Gillies, 1882~1960)가 떠올랐다.하디보다 5살 어린 길리스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길리스는 78세 때 18세 소녀의 손상된 다리를 재건하는 수술을 하다가 대뇌에 혈전증이 생겨 이후로는 수술에서 손을 놓았다고 한다. 

길리스 박사의 사례를 보면 성형외과 의사는 눈만 잘 보이고 손을 떨지만 않으면 나이가 들수록 그간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춘추오패의 으뜸인 제나라 환공과 명재상 관중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어느 해 봄, 환공은 고죽국(孤竹國:하북성(河北城)내)을 정벌했다.

그런데 전쟁이 뜻밖에 길어지는 바람에 그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全軍)이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늙은 말의 지혜를 사용할 수 있다(老馬之智可用也)”고 하며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돼 큰길을 찾았다.

나이 드는 것이 과연 나쁘기만 할까?

 

이 글은 “Hwang K. Aging in Mathematics and in Surgery. J Craniofac Surg. 2017;28:1131” 을 번역해 이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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