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향후 두 달간을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대한 변화의 시기로 보고 국가 차원에서 놓쳐서는 안 될 기회임을 언급한 바 있다. 예전에 군대를 전역하고 유럽 배낭여행 중 독일에 갔을 때 교포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면서 서독 사람들이 부담할 세금이 올라가면서 동독 사람들에 대해 반감이 통일 초기에는 있었다고 한다.
서독은 통일되기 30년 전부터 국민이 통일세를 내며 준비했지만,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회와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갈 때는 그만큼의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느꼈다.
동계올림픽 기간 중 국민의 공분을 산 종목이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서 보여준 분열된 팀워크와 부진의 결과를 남탓으로 돌리는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매체와 국민은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만 알고 오직 승리만을 위해 폭주하는 괴물들로 만든 것은 바로 우리의 기성세대들임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1등이 아니면 모두가 패배자라고 가르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남을 이겨야만 살아남는다고 우리 어른들과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고 가르쳤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행복해지려고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1등을 가리는 것이 교육의 목표와 가치가 돼 버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왜 경기에서 함께 달리지 않았느냐고, 왜 위로하지 않았느냐고 그들을 욕하는 것이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꿈도, 결혼도, 취업도, 미래마저 포기하고 살아간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지만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의 질은 별로 나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도리어 경제적인 상황이나 환경 등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탄식만 늘어 가고 있다. 이는 가계소득이라든지 경제수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스위스·덴마크·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국민 행복지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이런 나라들은 국가투명지수 및 부패지수는 지극히 낮다.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면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행복지수가 47위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국가투명지수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47위로 행복지수와 똑같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국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투명성이 담보돼 신의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국가가 청년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며 신뢰를 줄 수 있는 투명하고 부패 없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인공지능기술 및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 서로 배려하고 아픔과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일 것이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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