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피부주름과 영혼의 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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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된 지는 꽤 됐지만, 얼마 전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다. 한국전쟁에서 실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이 영화는 8명의 한국군 특공대의 생사를 건 임무에 초점을 맞췄다. 영국배우 리암 니슨(Liam Neeson)이 맥아더 장군으로, 이정재가 그의 부하 중위로 출연했다.

 

맥아더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1945년 일본 천왕의 항복을 받았으며 이후 6년간 실질적으로 일본을 통치했다.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6·25사변이 발발하자 그는 유엔군 사령관으로 당시 불가능해 보였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한국을 지켜냈다.

 

영화에서 그는 폭풍 속에서 인천으로 항해하며 “사람들은 그들의 이상을 포기할 때 늙어버린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남기지만, 열정을 포기할 때는 영혼에 주름살을 남긴다”고 부하들에게 말한다.

맥아더의 이 말은 평소에 그가 좋아하던 사무엘 울만이 쓴 ‘젊음(Youth)’이라는 시에서 유래한다.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포기할 때 늙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포기하면 영혼이 주름지게 되리. 고뇌, 공포, 자기혐오는 기백을 죽이고 영혼을 먼지 속으로 돌아가게 하네. 그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의 한가운데에 이심전심의 오고 감이 있어. 아름다움, 희망, 격려와 용기의 메시지를 사람들로부터, 신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면 그대는 청춘이네.”

 

맥아더는 이 시를 액자로 만들어 사무실에 걸어둘 만큼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연설에 자주 인용해 이 구절은 ‘맥아더 신조’로 알려지게 됐다.

피부의 주름은 나이, 자외선, 흡연뿐만 아니라 찡그리거나 웃는 반복적인 얼굴표정에 의해 생긴다. 성형외과 의사는 ‘회춘수술’로 주름을 없애거나 줄이려 한다. 그런데 ‘수술적 회춘술’로 피부의 주름뿐만 아니라 영혼의 주름까지 줄일 수 있을까? 좋은 성형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선 먼저 좋은 의사(physician)가 돼야 한다.

 

좋은 의사란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의사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력, 사회력 등을 포함하는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가 필수다.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가 편두통이 있다면, 두통약을 주는 것뿐 아니라 두통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들, 즉 다른 건강문제나 환자의 식이, 수면습관, 스트레스 등의 개인적인 문제들도 살펴봐야 한다. 환자들의 피부주름뿐 아니라 영혼의 주름까지 줄여주려면 성형외과 의사는 수술뿐만 아니라 심리학적·정신의학적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이상이나 열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성형외과 의사는 마음속에 아름다움, 희망, 격려와 용기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 의사의 마음과 환자의 마음 사이에는 울만과 맥아더가 믿었던 것처럼 이심전심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름다움, 희망, 격려와 용기의 메시지가 의사의 마음으로부터 환자의 마음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환자의 영혼도 주름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Hwang K, Hwang SJ. Wrinkle the Skin, Wrinkle the Soul. J Craniofac Surg. 2017;28:309-310’을 번역하여 이차출판 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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