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새학기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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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첫 시작이 1월1일이 아니라 3월2일인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제가 학교에서 일을 하기 때문인 걸까요. 졸업식, 입학식 그리고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만남과 함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고3 학생들은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부쩍 성숙해 보이고 학교에는 이미 새봄이 온 것 같습니다. 예술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40년도 훨씬 전인 저의 학창시절이 자주 생각납니다. 요즘은 조회를 교실에서 방송매체를 이용해 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매주 월요일 1교시에 전교생이 운동장이나 강당에 모여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을 들었습니다.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하거나 외부 콩쿨에서 상을 받으면 친구들 선·후배들 모든 선생님들의 축하를 받으며 상장을 받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축하하고 축하받고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너무 바쁘고 시간에 쫓기며 살기 때문에 방학식, 개학식도 방송으로 하는 학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입시학원 유명강사도 아니고 개인지도 선생님도 아닌 바로 중학교 때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제 삶의 목표와 방향을 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최고가 되라거나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라고 말씀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습니다. 꿈은 크고 원대하게, 불평불만은 독처럼 퍼져나가니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는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중2가 무서워서 이북(North Korea)이 못 쳐들어온다” 라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작년에 학교에 처음 왔을 때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못 나오고 학생들이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가 안에 있는 줄도 모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저속한 단어를 친구들과 주고받고 있었고 제가 나가면 너무나 민망한 상황이 될 것 같아 학생들이 나가기를 기다렸다 나온 적도 있습니다. 주변에 몇 분 선생님들께 말씀드리니 “요즘 아이들 다 그래요~”라고 하십니다.

 

“우리 교장선생님이셨다면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라고 제 자신에게 물으니 그날 그냥 지나친 게 후회가 됩니다. 요즘은 많은 일들을 고민하고 연구할 때 항상 교장선생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합니다.

 

“마음이 고와야 예술이 곱다”라고 매주 말씀해주셨던 그 이야기를 이제는 제가 후배들에게 계승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고와야 예술이 곱고, 언행이 고와야 예술이 곱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기능과 예술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언행과 마음도 함께 단련하고 키워주길 당부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본인이 추고 있는 춤이 어느 작품에 나오는 장면이고 그 춤을 추는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도 모르고 돌고 뛰는 것만 기계처럼 반복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반복적인 연습보다는 배우고 익힌 것을 계속 생각하고 곱씹으며 되새기는 연습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에 와 있는 모든 학생들이 다 최고가 되지 않더라도 모두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믿고 멀리 내다보시고 기다려 주시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예술가의 길은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 경기와 같아 초반에 너무 힘을 다 빼면 완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은퇴 후 예술과 관련되거나 관련되지 않은 제2, 제3의 삶을 선택해 살아야 할 때는 돌고 뛰는 기술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후배들이 빨리 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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