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건물 안에 들어와 살아보니 많은 것들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비전문가인 저 같은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지인들의 자문을 듣는다 해도 현장에서 수십 년 간 집을 지어보고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아주 작은 일 하나라도 진행했던 분들의 정직하고 친절한 공사 전·후의 설명이 없이는 그 누구도 집을 지은 뒤 만족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벽지 색, 전등의 종류 계단에 사용되는 마감재 선택 등에는 많은 시간과 시선을 빼앗겼었고 전문적으로 봤어야 하는 수압, 방음, 방수, 화장실 보일러 배관 등….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하지만 너무도 중요한 부분을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지 못한 것이 아쉽고 후회가 됩니다. 잘하고 싶었지만 건물을 올리기 전에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시작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잘못된 원인의 반은 무지했던 제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고 결국은 현장에 계셨던 많은 전문가들이 원망스럽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인생 제 2막을 살고 있습니다. 새집 짓기와 새 직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시기가 거의 비슷하여 동시에 두 곳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평생 발레만 하고 발레단 운영만 하던 사람이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집을 진 것 자체도 문제고 그동안 몸담았던 직장과는 구조 자체가 다르고 구성원들의 생각하는 방향, 깊이 자체가 다른 새로운 직장에 사전 교육, 준비과정 없이 투입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20년간 운영했던 발레단을 후배에게 물려줄 때는 6개월간 인수인계 기간을 두어 전임과 후임이 함께 출근하면서 결재라인에도 들어오게 하여 전반적인 실무를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임자에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잘 모르겠는데요? 아무도 안 가르쳐 주시네요”라고 하면 “저희도 다 그랬어요”로 답을 줍니다. 어렵고 불편하고 힘들었었다면 후임자나 후배, 힘들어하는 분들께 친절하게 미리 알려주면 안 되는걸까요? 그 작은 친절이 개인적, 국가적 손실을 줄여주고 내가 하는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새 직장이 낯설고 어려워 쩔쩔매는 동료에게 친절을 베풀고 많은 업무와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소와 함께 보내는 따뜻한 눈길이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활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삼한사온이라는 말은 옛말인가 봅니다. 추운날씨가 계속되다보니 마음도 많이 차가워지고 여유도 없어지는 것 같은 추운 겨울밤에 작은 친절과 미소가 바로 소통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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