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미국 건강관리조직인 HMO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관리자는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직업 중 5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2016년에 의료사고 피해자가 의사의 동의 없이 손해배상에 대한 법적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은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신을 잘 보여준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크림전쟁 때 종군하며 밤에 부상당한 병사들을 돌보는 ‘램프를 든 숙녀(The Lady with the Lamp)’의 인물로 사람들에게 비치게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강력한 이미지는 나이팅게일의 활동을 보도한 한 신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롱펠로우(Henry Longfellow)는 시 ‘산타 필로메나(Santa Filomena’에서 “불행의 집에서, 나는 램프를 든 숙녀를 보네”라고 표현해 나이팅게일의 이미지가 램프를 들고 밤에 회진 도는 간호사로 고정됐던 것이다.
이 시가 발표된 후 여러 화가들이 이를 상상해 그림을 그려서 그 이미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욱 강하게 각인된 것이다. 나이팅게일의 이름 첫 글자 ‘FN’으로 표시된 인장을 포함한 많은 유물이 그가 근대적인 간호학교를 처음 설립한 런던 성 토마스병원 근처에 위치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나는 런던에서 3개월간 머물 때, 런던과학박물관의 헨리웰컴의 유품 전시에서 나이팅게일이 1911년 사망할 때까지 사용하던 도장반지를 봤다.
이 도장반지에는 중앙에 간호사의 등불이 있으며 주위에 ‘Brighter Hours Will Come’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문구는 로버츠(Elizabeth Piddocke Roberts)가 쓴 시집에 수록된 ‘밝은 날이 오리라’라는 시의 마지막 연들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솔로몬 왕이 자신의 인장반지에 잘될 때도 자만하지 않고, 어려울 때도 실망하지 않도록 자신을 일깨워 주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will pass away)’라는 경구를 새겨놓은 바 있다.
마찬가지로 ‘밝은 날이 오리라’는 시구는 좋은 시기에는 겸손을, 어려운 시기에는 희망을 주는 나이팅게일이 좋아했던 어구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이팅게일의 ‘밝은 날’은 무엇이었을까? 간호의 역할이나 의료의 개선을 위한 사회개혁이었을까? 혹은 시인 로버츠가 겨울에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었을까?
과학박물관을 걸어 나오며 나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에 비친 의사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장기려 박사나 이태석 신부 같은 훌륭한 의사들의 이미지를 표현해 줄 롱펠로우같은 시인이나 루크 필즈 같은 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황건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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