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골목길 주차차량에 막혀
화재 발생땐 골든타임 놓칠 우려
의정부·소방서, 장소 파악도 못해
의정부 지역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에 대비해 조성된 긴급차 통행로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와 소방서는 긴급차 통행로가 조성된 장소와 개수 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의 안전관리에 구멍이 난 상태다.
10일 시와 소방서 등에 따르면 긴급차 통행로는 상습적인 불법 주정차 구역, 재래시장 등 소방활동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곳에 조성된다. 긴급차가 통행할 때 방해되지 않게 해당 장소를 비워달라는 의미로 노면에 ‘긴급차(량) 통행로’라고 노란 글씨로 표시한다. 대체로 긴급차 통행로를 지정하고 운영하는 건 해당 지자체와 소방 당국의 협의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시와 소방서는 긴급차 통행로 관련 정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성된 장소는 물론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기도 했고, 담당 업무가 아니라며 서로 업무를 미루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까지 580곳에 ‘긴급차(량) 통행로’를 표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렇듯 관리 당국이 손을 놓고 있으면서 긴급차 통행로는 불법 주정차 구역으로 변하는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할 처지다.
실제 의정부2동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바로 뒤편 주택가 골목길에는 긴급차 통행로가 조성됐지만, 길 양쪽에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어 승용차 한 대만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다. 제일시장 내 조성된 긴급차 통행로는 주차된 차량은 없지만, 통행로 입구에 상인들이 좌판을 깔고 영업하고 있어 차량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와 소방서 관계자는 “인사 등 담당 직원들이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며 “긴급차 통행로를 파악하겠다”고 해명했다.
소방안전 전문가들은 지난해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지난 2015년 의정부 도시생활형 주택 화재 등으로 긴급차 통행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긴급차 통행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방안전협회 관계자는 “화재 등 긴급한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긴급차 통행로가 매우 중요하다.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긴급차 통행로 관련 각 지역 소방서마다 기준이 다르다. 법령으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박재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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