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 교육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처럼 고등학생들이 교과를 선택하고 강의실을 다니며 수업을 듣는 고교학점제, 수능 절대평가, 자유학년제, 혁신학교 등 경기도교육청이 제안한 상당수 교육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혁의 중심에는 ‘경기교육’을 이끄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서 있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에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올해 경기천년을 맞아 시대 흐름에 맞는 교육구성원의 재교육과 경기도만의 특색을 살린 교육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으로 경기교육이 풀어야 할 과제와 교육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이 교육감에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현 정부의 교육정책 상당수가 경기도교육청에서 출발했다. 올해 경기천년을 맞아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구상하는 교육자치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신다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치’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의 절차와 제도 이전에 시민 의식과 문화가 변화돼야 한다. 제도로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과 문화 변화가 이를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부분을 반영해 학교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민주주의를 위한 의식 전환과 학교 문화 변화에 조금 더 무게를 두려 한다.
-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후 교육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급변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혼란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이 같은 변화가 잘 정착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교육 변화를 이야기할 때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로 문화와 문명의 변화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엄청난 변화를 교육계가 어떻게 교육적으로 수용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학생 중심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본질을 과연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근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이다. 이에 따라 교육자치가 강화돼야 한다. 현재 교육부가 갖는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교육적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코딩교육 등으로 국한돼서는 안 된다. 시대 흐름을 반영해 학교 교원을 재교육한다든가 교육의 본질을 어떻게 더 변화시켜나가야 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또 ‘학교란 무엇인가?’,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등의 문제의식을 느끼고, 논의를 벌여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5년 내 인공지능에 의한 엄청난 변화가 학생들에게 미칠 가능성이 있기에 발상의 전환과 학생 교육에 좀 더 구체적인 변혁이 일어나지 않으면, 결국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 고교학점제, 학생부종합전형, 수능 일부과목 절대평가 전환 등으로 서열화된 대학입시가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입시 방법이 달라진 만큼 대학에서의 학생 선발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 대학입시가 이제까지 학생 성적에 의한 평가로 이뤄졌다면, 전 세계 교육은 성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발전 등 변화를 이뤄내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학입시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을 생각하면 대학 입시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정착되는 해를 2030년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대비해 본인이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미래 사회의 중요한 과제이다. 이는 차분히 학교에서 준비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 그동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교육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소리가 담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학생의 진로와 적성, 흥미를 고려한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면에서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르는 교육이 바로 혁신교육이다. 혁신교육과 함께 혁신교육지구가 발전한다면 학생의 역량을 높이는데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개인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일환으로 혁신학교와 더불어 일선 학교를 중점학교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천시의 경우 올해 관내 28개 고교 모두 교과중점학교로 전환했다. 이들 학교는 과학, 외국어, 융합교육, 국제화, 예체능 등 교과중점학교로서 학생들에게 폭넓은 선택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지난해 경기꿈의대학이 개강했다. 경기꿈의대학은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확인하고 경험하는 과정으로, 교과의 성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 폭을 넓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미래의 꿈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드론, 소설, 시 등 호기심 있는 분야에 대해 탐구할 수 있다.
- 교육부가 최근 대학구조개혁 평가 개편안을 시행하면서 경인지역 대학들이 서울권 대학과 함께 권역별 평가를 받게 됐다. 이렇게 되면 경쟁력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경기도 학생이 경기지역 대학교로 입학하는 비율 또한 저조한데 이에 대해 대안 책이 있다면.
경기꿈의대학을 운영하면서 많은 대학총장을 만났다. 이들은 대학평가 문제를 비롯해 경기지역 학생이 도내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학교의 경우 규모와 분야에 대한 차별이 상존하고 있다.
이에 학생 수가 5~6천 명인 대학과 그 이하 대학 사이 편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평가를 할 때 이를 고려하지 않아 대학평가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가 인접해 있지만, 지역적 차별이 너무 심하다고 느꼈다. 지역적 편차가 곧 학교 우열에 차이로 벌어지고, 학생들에게 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과제다.
교육부의 이 같은 평가도 중요하지만, 대학들의 미래 역할을 잘 살려가는 게 중요하다. 교육부의 교육재정을 통해 대학을 육성해 나가는 현 시점에서 평가를 잘 받은 학교가 재정 지원을 받는다. 이는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교와 한층 더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 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 대학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가능성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재교육이라는 부분을 보면 대학이 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경기교육을 이끌 것이며, 앞으로 경기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남은 임기 중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현안을 잘 관리해서 매듭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올해 체육관 건립이 차질 없이 준비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등 시설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그리고 경기교육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만큼 지역별 특성을 잘 살려 교육의 활력을 만들어내겠다. 도시와 농촌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만큼 경기교육이 풀어야 할 과제와 책임이 있다.
이와 함께 경기교육에 대한 희망을 품고 찾아오는 학부모 등 모두에게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대안교육과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서 경기도만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체험학습 등을 통해 경기교육 발전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교육이 제대로 기능할 때 대한민국 교육의 지형이 바뀔 수 있다. 이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김규태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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