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6·13 지방선거 인천시교육감] 현역 없는 ‘무주공산’… 불협화음 보수, 신뢰 흠집 난 진보

보수 ‘바른교육감 추진단’ 고승의·윤석진 경선
김영태·이재희는 단독 행보… 단일화 없을 듯
진보 도성훈·이갑영·임병구·김종욱 출마 뜻
권한 대행 박융수 급부상… 선거 최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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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처음으로 직선제가 된 인천시교육감 선거의 최대 쟁점은 진보와 보수간 이념논쟁이었다. 그러나 3년여가 지나면서 교육계 판도는 180도 달라졌다. 이념이 아닌 청렴과 신뢰가 시교육감 선거 판도를 결정할 핵심 키워드로 대두된 것이다.

 

이 같은 판도 변화의 중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뇌물수수혐의로 지난 12월 초 징역 6년의 실형을 확정받은 이청연 전 인천시교육감(63)이 있다.

 

이 전 교육감은 현직에서 뇌물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아 교육감직을 내려놓은 최초의 인물로, 지난 교육감 선거 당시 깨끗한 인천교육을 표방하며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로 교육감에 당선됐다. 이 때문에 인천 교육계는 진보 진영의 투명성 자체에 의심을 품게 됐고, 진영에 관계없이 청렴하게 인천교육을 이끌 인물을 요구하게 됐다.

 

무주공산이 된 인천시교육감 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먼저 단일화 후보 준비에 나선 쪽은 보수진영이다.

‘진보의 실패’로 대두되는 이 전 교육감 사태를 놓치지 말자는 의지에서 출발한 행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진영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 상태에 놓였다.

보수진영의 ‘인천바른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단(추진단)’은 최근 고승의 전 인천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과 윤석진(사) 인천시 자원봉사센터 이사장 2명만 참여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당초 권진수 신명여고 교장과 안경수 전 인천대 총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출마를 포기했다.

 

경선 참여 의지를 밝혔던 김영태 서운일반산업단지개발(주) 대표이사는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다는 이유 등으로 추진단 내부에서 정체성 시비를 겪으면서 단독 출마를 결정했다. 이재희 전 경인여대 총장 역시 추진단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보수진영에서는 추진단이 내놓은 후보 1명을 포함 3명의 후보가 출마하게 되면서 단일화에 따른 효과는 누릴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교육감 구속 이후 전열을 다듬었던 진보진영은 최근 진보라는 단어를 빼고 ‘인천촛불교육감 추진위원회(추진위)’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하며 단일화 움직임을 시작했다.

 

추진위는 교육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를 희망하는 학생 등 시민 모두의 자발적이고 창의적 참여로 단일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추진위는 8~9명으로 구성된 상임대표단을 꾸리고, 후보선출위원회를 만들어 경선 기준이나 입후보 자격 등 계획을 수립한 뒤 공모를 통해 경선참여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예비후보등록일이 2월 13일인만큼 이르면 1월 중으로, 늦어도 2월 초순에는 단일후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도성훈 동암중 교장과 이갑영 인천대 교무처장, 임병구 인천예술고 교사 등이다.

 

김종욱 명신여고 교사의 경우 경선참여를 원하고 있지만, 전교조에서 활동한 경력이 없고 진보단체와 접점도 없어 추진위 경선 합류 여부가 불투명하다. 다만, 김 교사가 독자 출마보다는 단일화를 통한 진보 진영 후보로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만큼 보수진영처럼 독자 출마 없는 진보진영 단일 후보가 등장할 것이라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가 탄생할 경우 보수진영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는 있지만, 이 전 교육감의 그림자를 지우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진위가 진보라는 말 대신 촛불교육감을 표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추진위 구성원 대부분이 이 전 교육감을 교육감 자리에 오르게 한 공신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이번 인천시교육감 선거의 최대 변수로 새롭게 떠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이 전 교육감이 구속 후 줄곧 인천 교육을 책임져 온 박융수 교육감 권한대행이다.

 

박 권한대행은 그동안 시교육감 선거 출마에 미온적 태도를 취해왔지만, 최근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권한대행이 시교육감 구속 후 청렴한 인천 교육 만들기에 총력을 쏟아왔고, 최근에는 시와 적극 대립하며 고교 무상급식을 시교육청에 유리한 그림대로 가져오는 등 리더십까지 보여준 만큼 별도의 진영 내 단일후보가 아니더라도 지지세력이 튼튼하다는 게 교육계 분석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보수진영이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고, 진보진영은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중도의 박 권한대행 출마는 전체적 판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연이어 뇌물 혐의를 받은 교육감들의 상황을 청렴과 신뢰로 돌파해나갈 인물을 찾는 것이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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