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환경보호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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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탓에 삼한사온(三寒四溫) 현상이 상당히 약해졌지만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엄동설한의 계절이다. 이 추위를 견디어내면 레이첼 카슨(R. Carson)여사의 불후의 명저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서 절규한 침묵의 봄이 아니라 벚꽃이 하얗게 핀 아름다운 봄, 생동하는 봄을 기대하며, 제10차 헌법개정의 쟁점 중에서 환경권 조항이 주목을 받기를 희구해본다.

 

현행 헌법상의 환경권 조항은 비교헌법적으로 유례가 드물게 제8차 개헌에 해당하는 1980년 헌법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규정으로 현행 헌법인 1987년 제9차 개헌에서 추가적으로 보완된 조항이다. 제9차 헌법 개정이 이루어진 후 30년 만에 여야의 합의에 따라 발족된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국회개헌특위’)에서 제10차 헌법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와중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여 국회개헌특위 활동이 중단된 사태를 놓고 서로 상대방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류 공동의 관심사인 환경보호에 관한 헌법개정은 여야로 나누어져 다툴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합의하기가 쉽다. 이번 제10차 개헌에서 현행 제35조 제3항의 쾌적한 주거생활권은 환경권보다는 인간다운 생활권에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제34조 인간다운 생활권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9차에 걸친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헌법 개정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과거의 행태를 지양하고, 적어도 이번 제10차 개헌논의는 깊이 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통일과 미래세대 보호 등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헌법개정에서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국회는 개헌논의에서 민의를 최대한 수렴하여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개헌안을 마련하여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제10차 개헌에서 헌법상 모든 쟁점에 대하여 합의를 하려고 하다가 개헌안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합의가 가능한 쟁점을 중심으로 개정하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과업을 정치권에만 맡겨 두게 되면 자칫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포획되어 개헌이 표류하지 않도록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헌법학회에서도 이러한 과정에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개헌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다. 필자가 지난 12월 1일 한국헌법학회 회장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가칭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대정신을 담은 한국헌법학회의 독자적인 헌법개정안을 2018년 2월 중에 마련하여 국회 등 관계기관에 전달하려는 것도 이러한 방향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한 고려와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개헌에 대한 공론화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정치적 쟁점 중심으로 개헌문제에 접근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인 환경보호라는 공익이 제10차 헌법개정에서 체계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다루어져 제2의 노아(Noah)의 홍수 사태를 미리 예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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