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암스트롱 (이하 캐시)을 만난 것은 1999년 예일심포니 신입단원오디션에서였다. 그녀가 자기 악기인 트럼펫을 들고 시각장애인 인도견의 도움을 받아 오디션 장소에 들어섰을 때, 나는 캐시 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녀는 차분한 모습으로 악기를 가다듬고 준비해 온 솔로곡과 몇몇 교향곡의 트럼펫 독주 부분을 연주해 나갔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우리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기에 필요한 기량을 충분히 갖춘 훌륭한 연주자였다. 수석감으로도 손색이 없었고 이전의 어떤 단원보다 음색, 음정, 테크닉, 그리고 음악성에서 뛰어난 수준이었다.
그녀의 첫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내가 음악감독으로서 시각장애인 연주자를 단원으로 받아들이느냐의 단순한 문제를 떠나 ‘과연 내가 캐시를 받아들여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일, 나뿐만 아니라 그 어떤 지휘자에게도 어려운 모험이 될 이 일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시각장애인 중에도 훌륭한 연주자들이 있다. 테너가수 안드레아 보첼리, 팝의 전설 레이 찰스와 호세 펠리치이노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일본 출신으로 세계적 피아노 콩쿨인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노부유키 츠지도 있다.
그러나 독주자 또는 독창자로 기량을 닦아 나가는 것과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지휘자의 손짓, 몸짓, 표정과 눈짓에 수많은 단원이 호흡을 맞추는 철저한 협동작업이다. 연주만을 위한 과정이 아닌 연습과정에서 적절한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앞을 못 보는 연주자가 이 모든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까? 서로 상처만 받고 헤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별이 유난히 많던 그날 저녁 나는 하늘을 보며 ‘내가 볼 수 있는 영롱한 별들을 과연 캐시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내게 볼 줄 아는 사람들을 지휘하는 재능을 부여해 주신 하늘이 이제는 보지 못하는 사람을 지휘하는 엄청난 능력까지 새로 주시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 캐시와 함께 노력해보자. 그녀가 지금까지의 역경을 넘어 예일대학부생으로 입학한 자체는 넘지 못할 벽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라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런 고민 자체를 하는 내가 심히 부끄러웠다.
날이 갈수록 이런 부끄러움은 더해갔다. 예일심포니에서 캐시는 3년간 수석단원으로서 최고의 연주기량을 발휘하였다. 첫 연습 전에 이미 모든 악보를 암보하고 있었다. 캐시를 제외한 모든 단원들이 악보를 겨우 읽어 나가는 첫 연습에서 그녀는 바로 연주를 하여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캐시의 성실성은 모든 단원들의 귀감이 되었다. 모든 연습시간에 가장 먼저 도착하여 연습장 분위기와 배치를 완벽하게 익히고 금관악기 그룹의 리더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하는 철저한 프로정신을 발휘하였다. 캐시의 동료들은 사실 지휘자인 나를 따라서 연주하기 보다는 그녀와 하모니를 맞추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캐시는 우리 모두를 독려하고 자극하는 존재가 되었다. 베토벤에서 스트라빈스키까지, 또는 난해한 현대음악 등 아무리 복잡한 악보라도 지휘자와의 소통에서 그 어떤 연주자보다 뛰어났다. 내가 표현하는 숨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지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캐시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고귀한 눈을 갖고 있었고,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섬세한 귀를 갖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나의 기준은 무지함과 편견 속에서 나온 것이 증명되었음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행운이었다.
함신익 함신익과 심포니 송 예술감독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