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양국 간 긴밀한 입장의 조율이 가능한 배경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상호 입장의 이해를 통해 공통부분을 확인하고 이를 양국 대응책의 핵심으로 공유하는 것에 합의가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양국 정부의 발표에 비추어 공유하는 대응책의 핵심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최대한 높여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며 △이를 위해 중국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북한 핵 대응책의 핵심을 공유함으로써 동맹국으로서의 일체감을 증진시키는 한편 양국의 입장 차이에 관해서는 미국은 선제타격론을 대안적 선택지로 갖는 반면, 한국은 한반도 운전자론에 따른 남북대화의 기회의 창을 모색하는 것으로 각각 운신의 폭이 정리될 수 있으며, 양측은 대화 상대자로서 상호 편안함(level of comfort)이 제고될 수가 있다고 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한ㆍ미 동맹에 대한 미정부의 변함없는 신뢰를 표명하고 한국의 중요성에 비추어 코리아 패싱은 없음을 분명히 언급하는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여준 근저에는 한ㆍ미 간 북한 핵 대응책에 대한 상호 입장의 이해와 핵심부분의 공유가 있었기에 가능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과의 사드 문제가 우리 정부의 3불(3不) 입장표명에 이어 이달 내주에 예정된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해법이 찾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의할 점은 과거 중국과의 협상 경험에 비추어 중국은 상대방이 중국 측의 요구 사항을 마지막 조건이라고 판단해 합의하면 또다시 상대방에게 조건을 제시하여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양태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중국 측이 우리의 3불(3不) 입장 표명을 약속으로 언급하고 1한(1限)을 추가코자 시도하는 속이 보인다.
사드 문제는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우리에게 값비싼 교훈을 남기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도 일방적으로 사드와 같은 사태를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며, 한·중 간 국가이념과 체제가 상이하여 양측의 협력 확대에는 숨은 장애가 많음을 염두에 두고 관계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도 우리와의 사드 분규로 민 낯을 대외적으로 노정한 것에는 앞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질서를 주도코자 각축하는 이 시대에서 우리는 길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며 이러한 노력에는 우리의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높은 평가와 신뢰, 중국의 사드 제재 해제 움직임은 결국 우리의 힘을 알려주는 방증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근본은 우리의 국력이므로 국력을 신장시키는 우리의 노력은 항상 중요하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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