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도시재생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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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산토리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이다. 원래 산토리니는 하나의 큰 섬이었는데 기원전 1500년 전 화산의 대폭발로 산토리니의 지반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며 5개의 섬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산토리니 섬은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유명 관광지에 속한다. 산토리니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것은 아무래도 산토리니만이 가진 색채의 풍광이지 않을까 싶다.

 

산토리니가 갑자기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농산물은커녕 간단한 생산품조차도 없는 좁은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관광을 선택했다. 기존 건물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현대적인 호텔 등을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달동네의 건물들과 골목길 등을 그대로 살리면서, 건물에 대한 채색을 통해 문화적인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아름다운 에게해의 보물로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산토리니의 관광사업에서 배제되지 않고 사업에 주체로 나서게 된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산토리니라는 관광지가 거대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원주민들도 주체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여 관광지역이 운영되는 것이다.

 

경남 통영에 가면 동피랑이라는 마을이 있다. 동피랑은 통영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달동네 마을이다 보니 항구 경관을 헤친다고 본 행정당국은 재개발 지구로 고시하고 철거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통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으로 행정당국과 시민단체들, 동피랑의 주민들이 손을 잡고 동피랑 마을 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녹아 있는 골목 문화를 살리기로 하고 벽화사업을 추진했다. 전국 각 대학의 미술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로 하여금 허름하고 쓰러져 가는 동피랑 마을의 벽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재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달동네 동피랑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여행객들이나 마을 만들기 활동가들이 몰려드는 지역이 되었다. 모든 건물들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건축할 때 살기 좋고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공동체 문화가 그대로 살아 있으되 벽화사업을 통해 지역민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동네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동피랑 마을의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벽화 그리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들이 공동사업으로 소품들을 제작하여 판매사업들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던 벽화마을의 상당수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거부당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도시재생사업이 기존 건물들을 철거하고 높고 깨끗한 신축 건물들로 채우는 것만이 올바른 도시재생사업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필요에 따라 철거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조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선 산토리니와 동피랑마을 등의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 도시재생 과정에서 첫째, 그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계속 살아야 하고, 둘째, 그곳의 공동체 문화가 파괴되지 않고 지속해야 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셋째, 그곳의 도로와 골목길 등이 가능한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지역 주민들과 끝없는 소통의 과정을 거쳤을 때야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지역에 살던 주민들은 도시의 경계 너머 유랑민으로 끊임없이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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