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도 '상생'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인회
양평군의 첫 번째 대기업 할인마트인 롯데마트 양평점이 착공 5년 4개월 만에 완공돼 양평군의 준공허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개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롯데마트가 개점하려면 양평군에 대규모 점포로 등록해야 하는 데 대규모 점포 등록에는 양평물맑은시장상인회(이하 상인회)와의 상생협약 체결이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상인회와 롯데마트의 상생협약은 지난 2012년 9월 이후 5년간 상인회의 거부로 단 한 차례 회의도 열리지 못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롯데 측은 지난 5년간 상인회에 상생협약에 나설 것을 요청하는 공문만 15차례 보냈다고 한다. 상인회장을 만나 상생협약을 시작하자는 요청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지만 상인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2일 상인회 이사진과 롯데 측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하지만 상인회 입장은 변화의 조짐이 없다. 상인회는 이날 모임 후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모임을 ‘롯데와의 만남의 장’이라고 표현했다. 아직 상생협의 시작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상인회의 반대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상인회의 반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고건덕 회장은 “지금부터 (협상에 응할 것인지에 대해)상인들의 의견을 모아 보겠다”, “대형 마트 입점을 제한하는 특별법이 오는 2020년까지 유효하므로 그때까지 기다리겠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 같은 상인회 태도를 두고 상인회가 ’묻지마 반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상인회가 양평의 전통시장 활성화와 지역 경제 발전을 바라는 여론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상인회 요청으로 이뤄진 컨설팅 보고서는 ’롯데마트는 적이 아니라 스파링 파트너’라고 정의하면서 완곡하게 롯데마트와의 상생협의를 통해 양평시장의 자력 갱생 계기를 만들자고 건의한 바 있다. 지난 2월 상인회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시장활성화 TFT 보고서는 ‘상생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결론 맺고 롯데와의 협상에 나서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인회장의 “내 뜻과 다르다”는 말 한마디로 묵살됐고 TFT 보고서에 대한 검토나 토의조차 없었다는 게 TFT 보고서에 참여했던 한 시장 관계자의 증언이다.
상인회 집행부가 과연 전체 상인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상인회 내부에서도 ‘상생협의의 반대하는 사람은 서너 명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상인회에 문의한 결과 상인회가 롯데마트 입점문제에 대해 전체 상인들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양평시장 상인회 업종은 음식점(45.3%), 의류점(23.7%) 등이 전체업종의 70%를 차지한다. 롯데마트 양평점에는 음식점과 일반의류 매장은 없고, 속옷 매장만 들어올 예정이다. 상인회 70%는 롯데마트와 경쟁구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상인들은 집행부와 다른 견해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한 상인은 “크게 보아 지역 상권 전체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5년을 끌어온 롯데마트 입점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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