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면 보금자리고, 우리가 하면 불법이어야 합니까?”
46년 동안 개발제한구역(GB)에서 온갖 규제와 억압에 갇힌 채 살아온 전국의 원주민들이 국회에 모여 수십 년간 쌓인 한 맺힌 절규를 토해냈다.
㈔전국개발제한구역국민협회(협회)가 주관한 개발제한구역 악법 철폐 촉구 범국민대회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곽연호 회장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 협회 지회장 및 임직원, 자유한국당 이완영 국회의원(경북 고령군ㆍ성주군ㆍ칠곡군),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국회의원(고양시을), 황극모 남양주시 그린벨트대책위원장과 구리, 남양주, 고양, 경남 창원, 경북 칠곡, 대구 달성군, 광주 등 전국 각지의 개발제한구역 원주민 800여 명이 참가했다.
이완영ㆍ정재호 국회의원의 격려사와 남양주 시민인 허동구 씨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대회는 개회 선언과 국민의례, 경과보고, 주민발언대, 폐회선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각 협회 지회장은 “자연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법이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 입법 목적이 달성됐거나 실효성이 없는 경우에는 폐지가 원칙”이라며 “실제로 그린(Green) 땅이 아닌 지역인데도 제한받는 지역을 이제는 국가가 전면적으로 재조사하고 검토해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 현장에 모인 원주민들로부터 뜨거운 환호와 박수 등을 받았다.
이어 ‘그린벨트ㆍ이중부과 악법철폐’ 등의 구호를 연신 외치며 ▲GB 지정권한의 시ㆍ도지사 이전 ▲인구 변동이 없는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 ▲철저한 현장조사로 인한 GB 조정 등의 요구 사항들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주민 발언대를 통해 각 지역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 7월 남양주 조안면에서 ‘생존권 피해’를 호소하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26세 청년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원주민들은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부터 1977년까지 8차례에 걸쳐 정부에 의해 전 국토의 5.4%에 해당하는 5천397㎢의 면적이 일방적으로 설정돼 46년 동안 원주민들에겐 사회적 제약을 넘어 가혹한 부담으로 작용하며 반세기에 접어드는 실정이다.
이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호준 KDI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등 각계 인사가 남긴 조언 및 실태를 소개하며 특별법 철폐의 시급성을 재차 강조했다.
곽연호 ㈔전국개발제한구역국민협회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토지주 몰래 지구촌 어디에도 없는 규제를 만든 뒤 희생만 강요하며 사유지를 강제로 운용해 오고 있다. 시행 이후 46년 동안 바뀐 여러 정부와 현 정부도 악법 철폐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어떠한 대책 없이 일관하는 건 반민주적 행위다. 악법철폐 시행까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범국민대회에 앞서 오전 8시부터 남양주시청 앞 인도에서 시작된 출정식에는 남양주 GB 원주민들을 비롯해 주광덕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남양주병 지역위원장, 이철우ㆍ우희동ㆍ이창균 시의원, 최삼휘 전 남양주시 평생교육원장 등 400여 명이 참석, 한 목소리로 ‘악법 철폐’를 외쳤다. 하지은기자
사진설명:전국의 개발제한구역에서 지난 46년 동안 살아온 원주민들이 5일 오후 국회에 모여 그린벨트 철폐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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