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유쾌한 행복 공동체, 화합으로 이룬 최고 등급 우수마을’

양평군 지역만들기 열매마을로 지정된 삼성2리의 성공이유

▲ 열매마을의 주역 삼성2리 노인회 어르신들이 자신들이 그린 마을회관 벽화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열매마을의 주역 삼성2리 노인회 어르신들이 자신들이 그린 마을회관 벽화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양평군은 지난 21일 청운면 삼성 2리 마을회관에서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 열매마을 BI(Brand Identity, 브랜드 상징) 동판 제막식을 가졌다.

 

양평군 ‘지역만들기’는 주민 스스로 사업을 구상하여 실행하고, 주민 간의 화합과 소통으로 자생력을 갖춘 마을을 만들어나가는 사업으로 심사를 거쳐 새싹, 뿌리, 기둥, 열매 단계로 등급별로 지원규모가 커지며 열매마을이 최고등급이다.

 

삼성2리는 실거주자 기준으로 60여 호 남짓의 가구 수에 80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51명의 회원을 가진 노인회다. 이 마을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덕목은 ‘화합’이다. 마을 대소사에 서로 의견이 갈려도 ‘투표로 결정하자’면 어느 한 쪽이 의견을 철회해 갈등 없이 뜻을 모은다. 이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추천으로 만장일치로 이장을 뽑는다. 삼성2리에는 ‘울력’이란 말이 아직도 존재한다. 울력은 길흉사나 일손이 부족한 집을 마을 사람들이 무보수로 서로 돕는 일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삼성2리 마을주민들은 양평군의 지역만들기 사업 공모에 도전해 2013년 첫 단계인 ‘새싹마을’이 되고 받은 500만 원의 지원금으로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렸다. 밑그림은 전문화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채색은 마을 주민들이 다했다. 노인네들은 아래쪽에 그림을 그리고, 젊은이들은(이 마을에서 젊은이는 65세 이하를 뜻한다) 비계를 설치하고 높은 쪽에 그림을 그렸다.

 

이듬해인 2014년 ‘뿌리마을’로 승격한 삼성2리는 지원금 1천만 원으로 국유림사업소와 MOU를 맺고 마을주변 국유림 관리를 해주는 대신, 국유림 일부의 감벌허가를 받아 도라지, 참나물, 두릅, 머루, 산양삼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 마을회관 벽에 붙은 열매마을 이으서
▲ 마을회관 벽에 붙은 열매마을 이으서

2015년 ‘기둥마을’이 된 후 받은 2천만 원의 지원금으로는 나물저장고와 냉동고를 지었다.

 

마지막 등급인 열매마을에 도전한 삼성2리 주민들은 고민에 빠졌다. 9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90점 이 상을 받아야 하는 ‘열매마을’이 되기 위해 임팩트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해답은 ‘마을역사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마을 어른들의 구술을 받아 골마다 있는 지명들의 유래를 추적하고, 옛날 음식과 세시풍속을 소책자에 담았다. 리 단위 마을에서 역사서를 만드는 흔치 않은 노력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9개 후보마을 중 단 3곳만 뽑는 양평군 최초의 열매마을이 된 것이다.

 

삼성2리의 어르신들의 유쾌한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열매마을로 지정받아 받은 3천만 원의 지원금은 앞으로 삼성2리가 ‘체험마을’로 벌일 사업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사양하겠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다. 앞으로는 마을주민들의 힘으로만 사업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 삼성2리 주민들이 만든 마을역사서 '내고향 삼성2리'
▲ 삼성2리 주민들이 만든 마을역사서 '내고향 삼성2리'

사업으로 얻은 수입은 마을의 또 다른 목표달성을 위해 차곡차곡 모아 둘 것이라고 했다. 마을자체 요양원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어르신들이 요양원 가기를 싫어하는 이유가 ‘살던 고향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이를 위해서 65세 이하의 ‘이 마을 젊은이’들에겐 요양사 자격증을 딸 것이란 특명을 내렸다.

 

이 모든 일들이 평균 연령대가 70세 이상인 삼성2리 노인회가 이루어 낸 성과였다. ‘화합’으로 일구어 낸 ‘울력’의 힘이었다. 새싹마을에서 열매마을에 오르기까지 울력에 참가한 마을사람 누구도 급여를 받거나, 수익금을 배분받지 않았다. ‘마을을 위해서’라는 가치에 주저 없이 나서는 화합의 힘이 ‘유쾌한 행복공동체 삼성2리’의 성공 이유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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