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참으로 곱게 늙으신 어르신 한 분께서 지하철에서 막 내리려다 말고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바닥에 붙어있는 이물질을 집어 전철에서 내리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문이 막 열리려는 찰나여서 일반 사람들 같으면 줍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내 한몸 챙기기 급해 그냥 내리기 바빴을 텐데 다른 사람을 위해 일부러 주머니에서 곱게 접은 휴지를 꺼내 전철 바닥의 이물질을 주어 내리시는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분들이 계셔서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만한 곳 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 안타깝게도 지하철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는 현실과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개인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보니 손을 씻은 후에 종이타월이나 손 건조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건조기가 작동을 안 하거나 종이타월이 없는 화장실에서는 젖은 손으로 화장지를 둘둘 말아 손을 닦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젖은 손을 바닥에 몇 번 털어낸 뒤 휴지를 잡아 끌어내다 보니 화장실 바닥에는 물도 떨어져있고 뚝뚝 끊어져 있는 휴지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행동이 결국은 내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나를 불편하게 합니다.
21년동안 단장으로 활동했던 서울발레시어터는 연습실이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연습실은 단원뿐만 아니라 일반인 발레 수업, 학생들 수업, 장애우와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배우는 발레교실, 일요일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는 홈리스 아저씨들 발레 수업까지…. 한 공간을 여러 팀, 여러 그룹이 함께 사용해야 했고 정리정돈, 청결유지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이 공간을 나를 위해 청결히 사용하자는 여러 번의 교육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늘 깨끗하고 정리 정돈된 연습실 공간에서 만족한 생활을 했었습니다.
올해부터 저는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는데 새로운 공간, 환경에서 만나는 요즘 친구들은 정리정돈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음료수를 마신 뒤 빈병, 빈컵이 바닥에 그대로 놓여 있고 휴지가 창틀이나 바닥에 그냥 있는 것을 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무대 위에서 예뻐 보이려고 하루에 몇 시간씩 거울 앞에서 겉모습을 다듬는 학생들이 말투와 마음씨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함께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1980~1981년 휴학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불시에 기숙사로 내려오셔서 침대 정리 상태, 옷장, 서랍 하나하나를 다 열어 점검을 하셨던 생각이 납니다. 선생님 구두굽 소리만 나도 정신이 번쩍 나던 옛날이야기입니다. 그때는 귀찮고 싫기도 했었는데 살면서 여러 번 선생님 생각이 나고 발레 동작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습관, 태도까지 신경 써주시고 챙겨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과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 또한 기능, 기술을 배우는 만큼 아니 그 이상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버린 것을 줍는 일은 하루아침에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내가 쓴 휴지, 내가 마신 컵을 버리지 않는 것은 지금 당장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개인 손수건 사용을 늘린다면 모든 공중 화장실 바닥이 지금보다 훨씬 청결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엄청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우리의 미래를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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