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이건 항복외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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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공외교도 아니고, 항복외교 아닌가. 한·중 사드합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표명한 △사드 추가배치 검토하지 않는다.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3불 입장’은 중국의 입김에 나라기둥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미 행정부와 군부 핵심에서도 우회적인 우려의 메시지가 나왔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나는 한국이 그 3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도 “사드배치를 통해 방어태세를 강화함으로써 김정은이 (한국)남부지역을 함부로 위협하지 못하게 했다”며 앞으로 기존 수도권 방어체계에 방어자산과 능력을 추가해 수도권 주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3불 입장’은 정책일까, 전략일까? 정책이라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겠다는 것이고 전략이라면 시간을 갖고 중국을 달래보겠다는 얕은 꾀일 수 있다. 중국은 당장 외교적 약속이라며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고 미국은 주권 포기는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균형외교는 자칫 ‘샌드위치’ 외교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사드배치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2015년)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며 ‘실용적 균형외교’를 주장하다 북한의 도발로 미국과 사드배치에 합의했고, 중국은 갑작스러운 한국의 입장 변화에 신뢰를 내세우며 원인인 북핵 문제엔 입을 다문 채 치졸한 경제보복을 펼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절차 문제를 내세워 사드배치를 보류했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 동맹을 저버렸다”며 미국으로부터도 따가운 질책과 의심을 샀다. 결국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틈타 사드의 임시배치를 결정했다. 균형외교가 아니라 샌드위치 외교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어느 칼럼에서는 이건 조공외교도 아니고 아예 다 내어 준 항복외교라고 질타했다. 북핵의 안보위기를 생존권과 자존권을 걸고 해결하고자 한 것인데 턱도 없는 이유로 치졸한 경제 보복을 당하고도 제대로 항의 한 번 못하고 이렇게까지 머리를 조아려야 하느냐고 흥분했다.

 

사드배치를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야당 시절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들이 지금 여당 의원들이다. 이런 엄청난 합의를 국회 논의는 입에 올리지도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 협상을 잘 된 것이라고 자찬하고 있단다. 역사는 이를 굴종이라고 기록하지 않을까.

 

나는 지난번 이 칼럼에서 중국 없이도 살아왔고 살아갈 수 있다, 당당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큰 덩치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나가겠다는 복안인 모양인데, 미국에 사정하고 중국에 손 비비는 초라한 모습으로 보인다.

 

경제 보복(?)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의 경제 속국인가. 설득하고 안 되면 손 털면 된다. ‘이게 나라냐?’며 나라다운 나라여야 한다고 목이 아프게 외쳐온 게 이 정권 아닌가. 당당해야 한다. 그것이 더 경제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반미 친미 시위로 혼란스러운 현 시국 상황을 보고 있으면서 외교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모두를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중국의 입김에 흔들리다 보면 뿌리가 뽑힐 수 있다.

 

송수남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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