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사회적 교환이론으로 본 부모와 자식

▲
인간은 항상 비용과 보수에 바탕을 두고 행동한다는 것이 ‘사회적 교환이론’이다. 모든 행동에는 반대급부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10여 년전 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주제발표를 한 교수가 우리나라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사회적 교환이론으로 이해하는 시점이 곧 올 것이라는 강연을 들었다.

 

당시에는 어찌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보상과 반대급부로 해석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학대받은 노인들 사례를 접하면서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경제적 이해관계로 설명되는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늘어간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노인자살과 우울증은 자녀의 부모 왕래 횟수가 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영향 요인임을 발표했다. 물론 관계가 좋기에 왕래가 잦아지고, 가까이 있기에 자녀와의 건강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역학적으로 살펴보면 자녀들이 자주 왕래하는 부모는 상대적으로 학력과 경제수준이 높다.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부모에게 얻을 만한, 또한 사후에 기대할 만한 재산이 있기에 자녀가 근처에 살고, 잦은 왕래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늙으면 재산을 자녀에게 다 주면 안 된다는 말을 한다.

 

얼마 전 긴 추석연휴가 있었다. 추석명절은 지방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올해 추석만 해도 연휴가 길었기 때문에 부모님을 여유 있게 찾아뵙기가 좋았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뉴스에서 보듯이 역대 최고로 110만명 이상의 인파가 추석연휴 기간 중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점점 부모를 찾아뵙는 유대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명절 때 예전만큼 귀성길 정체가 덜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핵가족 중심으로 가정생활이 이루어지기에, 우리 자녀들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가족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얼마 전 초등학생 대상으로 가족의 범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보다 순위에 밀리거나 아예 가족 범위에 들지 않는 것이 이런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자녀들은 부모를 사회적 교환 차원에서 반대급부를 바라는 존재일 수 있겠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가치가 있다. 바로 내리사랑인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키워준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잘 되기만을 바라는 일방적인 짝사랑을 하고 있다.

 

10년 전 보도됐던 기사가 생각난다. 건강하게 잘 지내던 노부부에게, 어느 날 할머니가 치매라는 질병을 앓게 되고 할아버지가 간병하다가 2년여 간의 수발에 지친 나머지 농약을 마시고 동반자살을 했다. 자살 전 마지막 식사했던 밥공기에 1남3녀를 위해 장례식 비용 250만원을 남겨 놓았고, 달력 뒷장에는 유서를 남겨 놓았다. 그 유서의 내용은 “50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를 죽이는 독한 남편이 됐다. 이제 살 만큼 살고 둘이서 같이 떠나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는 내용이다.

 

마지막까지 자녀들 걱정뿐인 우리들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정희남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