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 흉년 땐 봉독 채집, 과잉 땐 허니비와인 생산 ‘꿀같은 아이디어’
농림부 신지식농업인 선정… 체험·와인생산 시설 조성 또 다른 도전
위기 때마다 번뜩이는 재치와 성실함으로 이를 극복하는 농업인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벌꿀생산의 최적지라 평가받는 양평에서 양봉업을 하며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신지식농업인에 선정된 아이비영농조합의 양경열 회장이 주인공이다.
2004~2006년은 벌꿀의 원료인 아카시아나무의 황화현상과 이상기온이 겹치며 ‘꿀의 씨’가 메마른 시기였다. 아카시아 꽃이 피지 않아 벌꿀생산이 뚝 끊기며 양봉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양 회장의 농가도 마찬가지로 위기를 겪었다. 그는 고심 끝에 봉독을 떠올렸다. 봉독은 한의원 등에서 치료제로 쓰이고 가축의 천연항생제로서 고가에 팔리기 때문에 양봉농가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봉독채집 기술이었다.
벌은 한 번 침을 쏘면 죽는 것으로 알려져, 벌을 죽이지 않으면서 봉독을 채집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수십 아니 수백 번의 실패를 겪으며 그는 ‘전기충격방식’을 고안했다. 유리로 만든 봉독채집기 속에서 벌에게 17V의 전류를 흘린다. 이러면 벌이 봉독을 내뿜지만, 벌침이 빠지지 않아 벌은 죽지 않는다. 결국 양 회장의 농가는 새로운 수입원을 찾으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의 다음 도전은 제대로 된 벌꿀 와인의 생산시설과 체험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홍보 부족과 생산 시설의 미비로 아직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양평군의 지원을 받아 연간 수십만 병의 벌꿀와인을 제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2018년 건축할 계획이다. 벌꿀와인 홍보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체험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양 회장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양평은 벌꿀생산의 최적지입니다. 오염 없는 꿀로 와인이나 봉독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양봉산업을 성장시키는게 제 꿈이다”며 “언젠가는 우리 술이 청와대에서 만찬주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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