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교권] 상. 설 곳 잃은 교사들

학교 가는 게 두려운 선생님들

교육은 나라의 근간을 세우는 일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기 전 남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적극적인 교사 지도가 아동학대로 비화해 고소·고발의 빌미가 되는 등 교사들의 지위가 땅에 떨어져 교권회복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본보는 각박해져 가는 교실의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1학년 B군을 지도하면서 애를 먹었다. B군은 툭하면 친구들을 폭행하고, 수업시간에 난동을 부리는 등 심각한 폭력 성향을 보였다. A교사는 그때마다 B군을 끌어안고 말렸다. 물어뜯고 발길질을 당했지만, 친구를 때렸을 때는 사과해야 한다며 아이를 달랬다.

그러다 지난 4월, 같은 반 학부모가 B군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자 B군 지도에 애를 써 고맙다던 B군 부모는 A교사가 B군을 끌어안고 말리는 통에 신체적 억압을 받았고,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다며 시교육청과 국민권익위에 A교사를 신고했다. A교사는 조사끝에 최근 무혐의를 받았다.

 

#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C교사는 얼마전 20여년간 지켜온 교사직을 내려놨다. 수업시간마다 소리 지르고 학생들의 수업 진행을 방해하던 D양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때문이다. 

C교사는 수차례 D양을 불러 타일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한차례 소리를 지른 것 때문에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경찰 수사 결과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C교사는 더이상 학생들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며 올해 초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근 교사들의 교권이 땅에 떨어지면서 교육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15일 일선 교사들과 교육단체에 따르면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몰려 속앓이를 하는 사례가 올해만 수십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소리를 지르거나 험한 말이 오갔을 때, 원인이 된 상황은 무시되고 정서적 감정 학대로 치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박위강 푸르미가족봉사단장은 “최근 인천 모 여중 학생들이 교사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등의 협박이 있었지만, 교사는 이를 못 들은 척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응 방법이 없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지도하기보다는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을 포기해버리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박승란 인천시 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학생 인권만 강조되다 보니 문제 학생이 아닌 일선 교사들이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현상이 빈발한다”며 “‘내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이 아이들로 하여금 교사의 지도를 무시하게 만들고, 무조건 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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