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의 비교척도가 되는 ‘오케스트라’의 경우, 중국은 방대한 자체 자원과 음악 선진국의 연주자들로 오케스트라를 형성하며 세계 클래식음악의 가장 중요한 마켓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경우, 우수한 인적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현상유지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지 냉철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꽤 오래전부터 전문화된 운영 시스템을 가진 오케스트라 문화가 정착되어 유럽과 미국의 오케스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나는 2005년 차이나 필하모닉과의 연주 이후 상하이, 광저우, 선전의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하며 이들의 과감하면서도 지속적인 육성, 그리고 이에 따른 빠른 결실을 목격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지어진 최첨단 전용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시설 투자에 놀라고 있다. 중국은 오케스트라를 키워내는 최우선 과제인 전용홀을 만드는 것이 우리처럼 큰 과제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웬만한 도시, 심지어는 작은 구청 산하에도 문예회관을 갖고 있지만 ‘다목적’을 지향하는 홀이 대부분이다. 행사를 포함하여 오케스트라, 오페라, 합창, 연극, 창극, 발레, 연극은 물론 뮤지컬까지 공연된다. 이 콘셉트의 모델은 짐작건대 1978년에 완공된 세종문화회관이다. 애초부터 공연예술 전반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1974년, 그다지 풍요롭지 못하던 우리의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 한복판에 건설을 계획한 것은 가히 파격적이며 미래를 향한 선구자적 시각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 전국의 모든 홀들이 유사한 다목적홀로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건축으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연주 형태마다 요구되는 각기 특유의 섬세한 음향을 디자인할 수 없다. 오히려, 어떤 형태의 공연도 만족하게 할 수 없다. 이런 연주홀들에서 음향과 악전고투하던 나의 경험은 즐겁지만은 않다.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 전에 우수한 음향을 갖춘 전용홀을 지었어야 했다. 그곳에서 마음껏 연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의 연주를 통해 기량을 향상하고 최고 수준의 음악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의 실현이 우리에게는 아주 멀고 어려운 과정으로 보이지만 문화 선진국의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해당 부서와 지방자치단체 수장들의 임기가 제한되어 있으니 백년 이상을 바라보는 플랜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는 점도 제약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시도에 적응되어 가는 느낌이다. 연주자들의 플레잉하는 소리가 정확하고 냉혹하게 되돌아오는 최첨단 음향에서 연주자들은 기량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연습실보다는 연주홀 무대 위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 연주 때의 음향에 익숙해야 제대로 소리를 만들 수 있다.
우리의 경제적 능력도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연주홀을 계획하던 1970년대와 비교할 때 놀랄 만큼 향상되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오케스트라를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시적 지원을 줄이고 오케스트라의 홈그라운드 ‘전용홀’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이런 계획 없이 오케스트라를 발전시키겠다면 그것은 마치 바닥에 구멍난 보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함신익 함신익과 심포니 송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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