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 붙잡은 삼육대 학생, 장학금까지 전액 기부

▲ 삼육대 원예학과 김준섭 씨
▲ 삼육대 원예학과 김준섭 씨

“유년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운 성장기를 겪은 탓에 불우이웃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어요. 앞으로도 주변 이웃을 돌아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군 휴학 중에 성추행범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해 화제를 모았던 김준섭(24ㆍ삼육대 원예학과)씨가 대학에서 받은 장학금을 전액 기부해 귀감을 사고 있다.

 

지난해 국군정보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하던 김준섭 씨는 휴가 중이던 그해 7월, 서울 마포구의 한 찜질방에서 황급히 뛰어나오는 30대 남성을 목격했다. 찜질방 관리인으로부터 “성추행범이다”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은 김씨는 관리인에게 경찰 신고를 요청하고 달아난 남성을 15분 동안 추격했다. 김씨는 인근 건물로 숨은 남성을 쫓아 도주로를 막았고, 이 남성은 4층 건물 화장실에서 전선을 잡고 뛰어내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이번 학기에 복학하는 김씨를 위해 삼육대는 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된 김씨를 최근 장학생으로 선발, 100만 원의 장학금과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김씨는 어려운 학생이 등록금을 내는데 써달라며 받은 장학금 전액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김씨는 “얼마 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모녀가 저수지로 차를 몰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기사를 봤다”며 “마음이 너무 아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장학금을 바라고 선행을 한 게 아닌데, 주셨으니까 다시 돌려 드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통장 잔고가 2만 원밖에 남지 않아 이번 학기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벌어야 한다는 김씨는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어려운 학생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기회를 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씨는 “어릴 때 급식비도 없이 지낸 적도 있어서 그분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면서 “저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어려운 친구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른 바라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육대는 김준섭씨가 기부한 100만 원을 장학기금으로 적립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남양주=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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