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은 양평을 입증할만한 증거, 곤충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곤충들을 온전히 후대에 물려주고 싶습니다.”
한평생을 곤충연구에 바친 노학자가 여기 있다. 양평곤충박물관의 신유항 명예관장(88ㆍ경희대 명예교수)이다. 60년 가까이 곤충을 연구한 신 관장은 아직도 곤충만 바라봐도 흐뭇하고, 자신의 곤충사랑을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르고 있다. ‘곤충 석학’인 신 관장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선물 받은 양평에서 오늘도 곤충 사랑을 전파하고 있다.
1929년 함흥에서 태어나 경희대 교수와 곤충학회장을 지낸 우리나라 1세대 원로 곤충학자인 그는 수십 년의 곤충 연구를 집대성하기 위해 2011년 양평에 곤충박물관을 열었다. 정년퇴임 후 우연히 들렀던 양평의 자연환경에 매료된 것이다. 실제로 박물관 근처를 비롯한 양평 지역은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국제멸종위기종인 ‘노란배측범잠자리(양평곤충박물관 주변)’의 주서식지이자 한국개미허리왕잠자리(서종면)가 전 세계 최초로 발견돼 신종으로 등록되기도 한 곳이다.
이 같은 배경으로 그는 채집한 1천496개체의 곤충을 기증하며 양평곤충박물관을 개관했다. 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긴다리소똥구리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지만, 단순한 저장소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신 관장의 지휘 아래 2016년부터 3년 계획으로 10명의 국내 곤충학자들을 동원해 ‘양평곤충도감’ 발간을 진행 중이다. 전공분야별 최고 수준의 학자들을 출장비도 주지 않고 ‘부려 먹을 수 있는 것’은 신 관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19년이면 지자체에서 최초로 전문 지역곤충도감의 탄생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신 관장이 직접 채집한 명나방의 일종인 미발표종 곤충도 연구과정을 거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신 관장은 곤충 연구를 마무리하며 양평군이 2년째 추진하는 소똥구리 복원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양평군은 친환경 생태도시를 추구하며 지역 생태에 가장 적합한 복원종으로 소똥구리를 선정하고 복원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는 “도시 개발 등으로 곤충의 터전이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양평이 가진 소중한 곤충자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소임이라 생각하며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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