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가 모두 다 어렵고 힘든 상황과는 달리 국립단체에 대한 지원은 갑자기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민간발레단 운영이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후 2012년 연합회를 협동조합으로 만들고 매달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다양한 공연, 교육 프로그램, 행사 등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2015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수원발레축제와 횡단보도 깜짝 공연, 버스킹, 플래시몹 등이 그것입니다. 이를 통해 관객을 기다리지 않고 발레단이 관객을 찾아가는 다양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지난 4년간 꾸준히 진행해온 ‘발레, 아름다운 나눔’ 시리즈와 ‘셰익스피어 in 발레’, ‘차이콥스키와 발레’ 등 올 한해만 해도 3만명이 넘는 많은 관객과 만났습니다.
처음 발레가 시작된 이탈리아, 왕족과 귀족의 지원으로 세계 최초의 발레 학교가 생겨 발레 교육을 체계화시키고 발전시킨 프랑스, 오늘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고전발레의 틀을 만들고 발전시킨 러시아, 그리고 신고전주의현대발레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선도해가고 있는 미국을 발레 발전에 이바지해온 나라라고 말합니다. 최근 들어 위에 언급한 나라들보다 훨씬 늦게 발레를 시작한 우리나라가 세계 발레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발레 영재들이 각자의 실력을 뽐내는 수준급 이상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생들이 실력을 인정받고 있고 전 세계 메이저급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영국 런던 여행을 가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을 봤는데 자랑스럽게도 대한민국의 남성 무용수가 주역으로 너무도 완벽한 연기와 테크닉을 보여주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런 세계적 수준의 무용수가 해외에서 활동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여주는 일은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일이고 기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내 발레 팬들은 이들의 활동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현재 재능이 많은 인재들이 입단해 활동할 수 있는 직업 발레단은 전국에 고작 세 군데뿐입니다. 지난 2015년 합류한 김옥련 발레단을 비롯해 발레 STP 협동조합의 여섯 개 단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유니버설발레단이 전 단원과 직원들에게 고정급여와 4대 보험을 주고 있습니다. 나머지 단체들은 일부 단원만 고정급으로 계약을 하고 나머지 단원들은 공연별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단체를 국가에서 다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20년 이상 고용창출을 하고 적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낸 단체를 선별해 국립단체의 10분의 1정도는 지원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지난 한 달간 발레공연ㆍ행사장에서 만난 수많은 어린 발레 꿈나무들이 10대 후반, 20대가 되었을 때 직장을 찾아 가족과 헤어져 해외로 나가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발레단에서 다양한 안무가와 만나 활동하고 발레만 하면서도 직장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동남아는 물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발레단으로 오디션을 보러 오고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 관광업도 더불어 번창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꿈꿔봅니다.
김인희 발레 STP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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