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목숨은 단가로 따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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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업은 공공서비스로써 시민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한 서비스다. 시민 욕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한정된 재원으로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사회복지사업 재정지출에 있어 예산 및 비용절감에 대한 효율성 문제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효과성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근래에는 예산이 효율성있게 잘 사용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원예산이 얼마나 국민 삶 속에서 체감되며 삶의 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효용성과 영향력에 대해 더 깊은 관심과 분석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자체별로 실행하는 자살사업을 예로 들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는 얘기는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많이 언급됐다. 대한민국 전체 국민 중 14%밖에 안 되는 노인이 전체 자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일반인에 비해 노인자살 비율이 2배 이상 높다.

 

2015년말 기준 인천시의 노인자살률은 전체 시도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인천시가 대한민국 자살률 순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노인자살 문제를 노인문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자살문제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담당부서가 이원화돼 있다. 노인자살은 성인자살과는 달리 원인이나 행태가 다르기 때문에 접근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빈곤이나 건강상, 혹은 사회 관계망 단절로 인한 고독 등으로 야기되는 문제이기에 자살형태 또한 징후를 나타내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자살 관련 상담센터를 찾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도움을 얻으려 해도 관련 서비스기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찾아가질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노인자살문제는 자살 고위험군 노인을 발굴해서 그에 맞는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도 인천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관련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자살을 생각하고 실제로 시도했던 노인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지금도 기억나는 사례 중 한 어르신은 5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는데, 전문봉사원이 어르신과 하룻밤을 같이 지새우면서 안심시킨 적도 있다. 그 어르신 가정을 방문할 때 마다 집안 곳곳에 붙어있는 스티커가 있는데, 냉장고에 붙어있던 가장 인상 깊었던 스티커 문구는 ‘도움 받았음을 잊지 말자. 그 도움으로 힘차게 살아보자’ 라는 내용이었다.

 

종종 음료수를 사들고 사무실에 들르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면서, 이분들의 생명의 가치가 서비스 제공단가로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임을 느낀다. 인천시가 재정건전화를 위해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유사사업과 중복사업을 검증해 복지재정 효율성을 높였다고 얘기한다.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재정지출에 대한 출처와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데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는 시대에 사회복지복지비스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또 학문간 융합을 통해 복지서비스 질이나 만족도에 대한 평가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이에 노인자살 문제를 노인문제와 자살문제로 이원화시켜서 생각할 게 아니라, 통합적인 지원시스템 뿐만 아니라 공급체계의 다원화를 통해 문제를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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