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치매극복의 날

9월21일이면 치매 극복을 위한 기념일이 어느덧 열 돌을 맞는다. 기념(記念)이란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한다는 말,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는 국경일과 달리 기념일에는 경사스러운 일보다는 해결하거나 꼭 잊지 말아야 할 문제며 사건과 관련되는 일이 많다. 우리의 47개 공식 법정 기념일에는 노인의 날(10월2일)이 있다.

세계치매의 날(World Alzheimer’s Day)이기도 한 치매극복의 날은 그 다음 개별법으로서 <치매관리법>에 의거한 기념일이다. 노인문제가 더 크고 중요하다는 의미이지만(2017년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중이 14%로서 고령사회 원년이 됨), 치매 역시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 심각한 도전(65세 이상 치매환자 72만5천, 2024년 100만, 2050년에는 270만 전망)으로 보고 대처한다는 일종의 각오라 보아도 좋겠다.

 

2008년 1차 치매관리종합관리 대책이 발표된 뒤 전국 보건소에 ‘치매상담센터’가 설치되기 시작하였고, 2012년 2차 종합계획으로 중앙 및 광역 치매센터 17개소가 순차적으로 설치 완료되었다. 현재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16~2020)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계획이며 정책들이 많아 그 자체로만 보면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실행되지 못한 것들이 많고, 또 실행되더라도 선진국들에서 보이는 효과와 정도 차가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재 치매환자가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는 장기요양서비스, 치매상담센터의 가족상담 및 사례관리, 자조모임, 가족교실 그리고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상담콜센터 상담 및 사례관리 서비스 등이 있다. 특히 치매상담콜센터의 경우 24시간 언제든지 치매와 관련된 모든 궁금증을 전화로 상담할 수 있어 치매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작 필요하지만 이런 사실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또 제3차 종합계획의 경우 OECD의 치매정책 전략과 방향을 바탕으로 하면서 ‘치매환자에게 안전하고 수용적인 지역사회 조성’을 첫째 전략으로 세웠다. 정책 방향을 세웠다고 바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긴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현실이 치매환자, 노인, 여성, 소수자 등 약자에게 안전하고 수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거의 언제나 예산 문제가 이유로 꼽히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치매정책도 예산 문제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철학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산에 여유가 있더라도 철학에 따라 완급과 정도의 순서가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성장을 중시하는 철학에서 치매관리에 할당되는 예산은 가능한 한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금 아껴서 성장의 불쏘시개로 쓰면 나중에는 더 많은 재원을 치매관리 예산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충분히 만족할 성장의 단계에 도달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그 철학에서 치매관리 예산이 넉넉해질 날은 오지 않는다.

 

새 정부 공약으로 제기된 ‘국가치매책임제’의 실천 과정을 보면 아마도 이런 문제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지금 절실히 기대되는 대책들로는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전문병동의 확충 그리고 치매노인의 비용 지원 등인데, 이름만이 아니라 선진국 만큼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피부에 와닿을 정도의 확충과 지원이다. 제대로 된 정책과 자세로 접근한다면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듯이 치매가 있더라도 한결 더 사람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노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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